뇌사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이 3명의 만성질환자에게 새 삶은 선물하고 눈을 감았다.
주인공은 강향자(67·여)씨. 지난 3월 31일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강씨는 전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9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뇌사판정에 가족들은 슬픔에 빠졌다. 정이 많고 인자한 어머니이자, 아내였기에 슬픔을 더욱 컸다. 하지만 1남 5녀의 가족들은 회의 끝에 ‘장기기증’이라는 숭고한 선택을 했다. ‘장기기증’이 평소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해온 어머니의 마지막 생을 더욱 값지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 강씨는 어려운 이웃의 든든한 친구였다. 전주 중앙시장에서 40여년 넘게 한복집(혼수방)을 운영해왔던 고인은 정직하고 강인한 성품이면서도 정이 많아 늘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특히 상가를 방문하는 노인들에게는 꼭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 보냈고, 주변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좋은 친구기도 했다.
고인의 큰딸인 조미경(49) 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평소에 정이 많고 어려운 사람들을 지나치지 않았던 어머니의 성품을 생각하면 가족들의 이번 결정에 아낌없는 칭찬을 해줬을 것”이라며 “부디 장기를 이식 받은 분이 어머니 몫까지 건강하게 잘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 모두 장기기증이야말로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행위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며 “남은 가족들도 이번을 계기로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의 숭고한 선택으로 고인은 3명(간과 신장 2개)의 만성질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영면했다. 고인이 기증한 장기 중 신장 1개는 전북대병원에서, 나머지 장기들은 서울 등에서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이식수술을 집도한 간담췌이식외과 유희철 교수는 “불의의 사고에도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새 생명을 받은 환자들이 쾌유해 고인과 가족들의 숭고한 뜻을 마음 속 깊이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대병원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160명의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아 456명(간이식 79건, 신장이식 377건)의 만성질환자에게 새 삶은 선물했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