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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원장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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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 원장의 ‘두 얼굴’
  • 김병진 기자
  • 승인 2014.04.09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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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천사행세.. 뒤에선 입소자들 수당 횡령

인적이 드문 익산시 외곽. 들판에 다 부서진 주택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사회복지시설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도저히 사람이 거주 할 수 있는 곳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곳의 원장 김모(55)씨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버려진 축사를 개인주택으로 개조 한 뒤 건축물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미인가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해 왔다.

김 원장은 지역사회 안에서 지적장애인, 노인 등 가족에게 버림받은 이들을 보살피는 천사처럼 행세했다. 실제 인근 마을 주민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벌이고, 각종 종교·봉사단체 등이 찾아와 위문공연 등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원장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생활정보지 등에 “장애인, 노인을 정성껏 돌봐 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지적장애인과 고령의 노인 등 9명을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에 입소시켰다.
 
이후 4년여 동안 생활비 명목으로 입소자들의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 수당, 노령연금 등을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억원 상당에 달한다. 김 원장은 빼돌린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피해자들이 지적장애와 치매 노인 등으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 또 대부분이 1종 수급자로 이들의 병원비가 지원되는 점을 노려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지만 4년동안 사실상 병원에서 감금·방치돼 왔다.

경찰이 찾아낸 피해자들은 자신들에게 어떠한 복지 혜택이 주어지는지, 자신들이 왜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조차 몰랐다. 심지어는 자신들을 돌봐주는 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특히 입소자 중 수급 대상자가 아닌 지적장애인 3명에 대해선 노동착취(노예생활) 등이 의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전북경찰청 수사2계는 횡령 등의 혐의로 원장 김모(55)씨를 구속했다. 또 해당 시설 입소자 전원은 보호자 인계 및 다른 시설로 보호조치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인근 복지시설, 요양병원 관계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제적·육체적 인권유린 행위를 엄단하도록 수사력을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익산에서는 지난달 12일 지적장애인을 축사 컨테이너에 가두고 노동을 착취한 혐의(준 사기)로 농장주 배모(68)씨가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는 지적장애인 A씨를 18개월 동안 축사 인근 컨테이너에 가두고 폭행하면서 같은 기간 1700만원 상당의 임금을 착취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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