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12명의 주민들이 각종 암으로 사망하거나 고통을 받고 있는 남원시 이백면 강기리 내기마을의 음용수를 조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라돈 수치가 미국 환경청 권고기준의 8~25배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내기마을은 10년 동안 폐암과 후두암 등으로 사망한 주민이 7명에 이르고 현재도 5명이 식도암을 비롯한 각종 암과 싸우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내기마을에만 한정되지 않고 농촌마을 전체에 잠재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전북지역 대부분 농촌마을은 마을 상수도나 지하수를 통해 식수를 해결하고 있으나 수질검사나 관리가 제대로 이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전북지역의 108개 마을상수도를 대상으로 우라늄을 측정한 결과 6개소에서 환경부 기준치를 초과하는 우라늄이 검출됐다. 임실군 임실읍 정월리의 경우 무려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우라늄이 확인됐다. 도내 345개 마을상수도 중 라돈 등이 환경부 기준치를 상회한 것은 49개소에 달한다. 여기에 국립환경과학원이 마을상수도 50개소를 대상으로 라돈과 우라늄, 전알파 검사를 진행하고 지자체들도 108개소의 마을상수도를 조사할 예정이어서 기준치 초과 마을상수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많은 농촌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지하음용수가 발암물질 검사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음용 지하수 수질검사에서 우라늄과 라돈 등 발암물질의 검사는 배제돼 있다.
광역상수도 공급을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해답이지만 시간과 예산문제로 당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마을상수도와 지하수에 대한 정밀한 수질검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전북지역에 등록돼 있는 음용 지하수는 2만 8000여개로 우라늄 수질검사에 소요되는 비용이 개당 1만원씩 2억 80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검사결과에 따른 사후조치에 소요되는 예산에 지레 겁을 내고 있다.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물을 먹고 주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또 치료에 소요되는 사회적 보건 의료비용까지 감안하면 음용수 수질관리 예산은 그리 아깝지 않다.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