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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대문에 하룻새 생사 오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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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대문에 하룻새 생사 오가다니"
  • 전민일보
  • 승인 2011.08.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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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수해현장을 가다
“물이 순식간에 차오르는데 이제 죽는구나 싶었어”
지난 9일 42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정읍시 산외면은 말 그대로 폐허로 변해있었다.
10일 오전, 정읍시 산외면 한우마을에는 무너진 집과 마을을 되찾으려는 주민들의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임봉찬(58)씨는 집에 가득 찬 토사를 퍼내고 또 퍼내고 있었다. 장비라고는 삽과 고무대야 뿐. 고기를 썰 때 사용하는 육설기, 진공 포장 기계, 대형 냉장고 모두가 쓸 수 없게 됐다.
옆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사료가게를 운영하는 신용준씨(76)는 사료 모두가 물에 잠겨 건질 수 있는 게 없었다. 가재도구를 수돗물에 열심히 씻어보지만 흙탕물은 끝이 없었다.
게다가 신씨의 집 앞에는 150m 정도의 거리에 있던 컨테이너박스가 떠 내려와 피해가 더 커졌다. 신씨는 “떠내려 오던 컨테이너 박스가 집 앞 간판에 걸렸다”며 “컨테이너 박스가 물 흐름을 막아 피해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우마을 인근 노은리와 운전마을은 복구 작업조차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마을 앞 하천이 범람해 순식간에 마을을 집어삼켰고, 전기도 물도 끊겼다. 하천 옆 농로마저 끊어져 복구지원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마을주민 김용대(78)씨는 하룻새 생과 사를 오갔다고 했다. 김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문을 나섰는데 물이 발목까지 차고 또 순식간에 무릎까지 차올랐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바로 마을 주민들에게 신속히 대피하라고 알렸다. 그 사이 마을 전봇대가 넘어졌다. 불꽃이 이는 것을 목격한 김씨는 인근 주택 옥상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운전마을에 사는 윤봉길(62)씨의 집은 더 처참했다. 자식같이 키운 소 2마리가 집 앞 마당에 죽어있었다. 더구나 한 마리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소였다. 윤씨는 “저 소를 빨리 처리해줬으면 한다”며 “날이 더워 부패도 걱정스럽고,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아파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기록적인 폭우로 폐허로 변해버린 정읍시의 복구활동은 시작됐지만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 산외면 복구 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35사단 장병 60명, 소방서 인원 4명, 적십자 20여명이 전부였다. 구호물품도 적십사에서 120여명 분의 구호품을 전달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에서도 부족한 인력난을 호소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도내 피해지역이 정읍 뿐 아니라 부안, 김제 등 여러 곳이어서 복구 작업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오후 늦게 상황이 심각한 산외면으로 직원들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봇대가 쓰러진 노은리를 방문한 한전 관계자는 “농로 등 길이 끊겨 복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복구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외면사무소 관계자는 “인력, 장비, 구호물품 모든 것이 부족하다”며 “마을 주민들의 피해 복구 요청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지만 빠른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윤가빈기자

4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긴 정읍시 산외한우마을에서 10일 시민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물에 잠겨 쓸수 없는 생활용품을 치우고 있다. 박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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