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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은 내 아들 드디어 ?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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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은 내 아들 드디어 ?았습니다’
  • 신수철
  • 승인 2011.08.02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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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연락 두절...해경 도움으로 모자 상봉

어머니는 울지 않았다. 

30년만의 재회였지만 아들을 만나는 꿈을 매일같이 꾸었기에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30년 전 가정불화로 집을 나가 생사의 소식도 모르던 모자가 해경의 도움으로 상봉했다.

2일 군산해양경찰서(서장 정갑수)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아버지와 크게 다투고 집을 나가 생사확인조차 되지 않았던 어머니와 아들이 1일 군산해양경찰서의 도움으로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노모 이씨(75)는 지난달 30일 둘째 아들 권씨의 손을 잡고 군산해경의 문을 두드렸다. 

“죽기 전에 아들 얼굴한번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에 둘째 아들 권씨는 휴가를 내고 수소문을 통해 ‘집나간 셋째 아들이 군산에서 배를 타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마지막이다’란 심정으로 해경을 찾았다고 했다.

어머니 이씨의 사연은 이랬다. 

1981년 5월 경남 마산에 살던 권씨 가정은 아들 넷을 둔 행복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19살이던 셋째 아들이 아버지와 크게 다투고 무작정 집을 떠난 후 애타게 찾았지만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 이씨의 남편이 올 3월 세상을 뜨자 “마지막으로 집 나간 내 아들 얼굴이나 한번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공허한 혼잣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에 아들들이 나서 셋째를 찾기 시작했지만, 소문만 무성한 채 찾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소싯적 아들 친구로부터 오래 전 ‘군산에서 배를 탄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는 말을 무작정 믿고 어머니를 모시고 길을 나섰다고 했다.

사연을 들은 해경은 집나간 아들 찾기 작전에 나섰다. 

관내 수백여척에 달하는 모든 선박의 선원에 대해 원적지가 마산인 사람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또 인근 해경서에 선박 승선 사실여부를 파악하는 동시에 출입항 시스템을 이용해 식별작업에 나섰다.

셋째 아들이 승선했을 것으로 추정한 선박이 선박명이 변경되는 등 난항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해경은 드디어 지난 1일. 

셋째아들이 군산선적의 한 어선의 선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셋째 아들 권씨와 어머니 이씨의 상봉을 이뤄냈다.

서먹해하는 셋째 아들 권씨와 몰라보게 달라진 아들을 부둥켜안고 무정한 세월과 소식 한번 없던 아들을 원망하며 눈물짓던 어머니의 재회는 그렇게 시작했다.

해경이 셋째 아들 권씨를 찾는 과정에서 선주와 동료들은 “성실하기로 소문이 자자해 선주들이 늘 욕심낸다는 일꾼이다”며 “가족이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사연을 가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군산해경의 문을 나서며 경찰관 손을 잡으신 어머니는 “정말 감사하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해경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군산해경 해망파출소 관계자는 “실제로 찾을 수 있을지 몰랐지만, 내 가족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다”며 “어머님께서 오래오래 사셔서 30년 잊혀진 세월을 아들과 함께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종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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