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 사정 감안 검찰 집행유예형 구형,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선처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한 혐의(영아살해 등)로 기소된 30대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검사와 판사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10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던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인근 식당에 종업원으로 일 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돕고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A씨에게는 큰 불행을 가져오고 말았다.
지적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식당 손님들이 A씨를 끊임없이 유혹했던 것.
결국 이들 손님들과 성관계를 가진 A씨는 임신까지 하고 말았다.
남편에게 불륜사실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임신사실을 숨긴 채 지내오던 A씨는 지난해 11월22일 오후 9시께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두려움과 출산을 하더라도 양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A씨는 이날 아이를 살해했고, 죽은 아이를 비닐봉지에 담은 뒤 집 앞 도로에 방치하기까지 했다.
결국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A씨. 하지만 A씨를 수사하던 경찰은 이 같은 사정을 알게 됐고, 검찰도 A씨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재판에서 "잘못했어요, 감옥에 안 가게 해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A씨의 남편도 “그동안 아내에게 소홀히 한 것 같다. 아내를 용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검찰은 A씨의 사정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구형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김은성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임신은 뜨내기인 다수의 외간남성이 정신지체 수준의 판단력과 인지능력만을 가진 피고인을 성적 노리개 삼아 유혹해 성관계를 맺은 데 발생했다"면서 "피고인의 책임이 외간남성의 행위보다는 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정신신체에 대해 조력 없는 출산이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급격한 기억상실과 무기력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남편도 그동안 소원한 관계에서 빚어진 결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선처를 구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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