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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라 계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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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라 계란들아!
  • 전민일보
  • 승인 2011.01.28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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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자는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처럼 보이던 목소리가 여럿이 함께 하는 함성으로 번져 나온 것이다.
 조지훈 전주시의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23일 전주시 서신동 이마트 옆에 천막을 펴고 재벌유통업체들의 영업시간 단축과 영업휴일 도입을 요구했다. 농성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그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이더라도 보잘 것 없는 계란으로 거대한 바위에 맞서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자신만만 젊은 시의장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두고 계란 운운한 것을 보면, 그 자신도 그다지 승산 없을 거라 보는 주변의 시각을 의식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바위를 때려 부수려고 몰려드는 계란이 팍팍 늘어난다. 이거 한 두 개의 계란이 아니지 않은가. 계란이 무더기로 쉴 새 없이 쏟아진다면 바위도 끄떡 않고 버틸 수만은 없을 거다.
대형마트와 SSM에 따른 지역 경제의 피폐 현상은 현행 제도로는 아직 채 막지 못한다. 대형 마트와 SSM이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키자 이를 규제하기 위해 지난해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지만, 신규 출점을 막는 것일 뿐 이미 개점한 유통점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 지역경제와 도내 중소상인들의 고통을 치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 상인들이 입는 피해에 대한 구제책이 없는 것이다. 이래서 나온 방안이 대형마트 영업시간 줄이기다.
영업시간 줄이기는 대형마트와 영세 상인이 상생하기 위한 방안이다. 유럽의 선진 사회에서는 이미 정착된 제도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쏠림 현상을 막아 영세한 골목 상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심야 노동에 매달려야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도 보호하게 된다. 재벌기업의 이익을 조금 줄여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확대하는 것, 이것이 시민 전체의 정의에 맞다.
처음에는 전주시 의회가 되지도 않을 싸움을 시작한 것 같아 애처로워 보였다.  전주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영세상인 생존권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2시간 단축과 월 3일간 휴업’ 요구를 결의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삼성테스코, 롯데마트, 롯데슈퍼, GS슈퍼 등 6개 유통업체에 이를 공식요청했지만 단칼에 거부당했다. 대형마트 측 입장에서는, 어쩌면 그 때 적당히 요구를 들어주고 넘어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전주시의회 조지훈 의장이 천막농성을 벌여도 그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아마 계란 한 두 개쯤이야 맞아도 금방 닦아내면 되지 생각했나보다.
그러나 지역 영세 상인들을 위해서 정말로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다. 어디 전주시 의회의 어깨에만 맡겨두겠는가. 전라북도의회 의원들이 우루루 나섰다. 전주, 군산, 익산, 정읍, 남원, 김제 이렇게 6개 시 지역 도의원 27명이 연대서명을 하고 대형유통점은 영업시간을 단축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곧 이어 전라북도 유통업 상생협력 및 대규모 점포 입점예고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도 결의문을 채택했다. 협의회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전국에서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도내 중소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한데 모여, 도·시의원들과 함께 공동대책위를 꾸렸다. 도의회 유창희 부의장과 전주시의회 이명연 부의장 등 지방의원 45명, 중소상인살리기 전북네트워크와 전북마트연합회 등의 중소상인 단체, 전북환경연합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이 힘을 모았다. 계란 한 두 개의 외로운 목소리가 계란더미의 힘찬 함성으로 급 진화했다.
계란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영업시간을 두 시간만 줄여 밤 10시에 폐점하고 한 달에 3일만 휴업하라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싸워서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 영세상인들의 생존을 위해 조금만 양보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곧 최소한의 상생을 요구한 것이다. 거미줄처럼 유통점을 늘려 가고 공룡처럼 거대해져 가는 재벌의 대형마트에게, “그쪽이 조금만 양보하면 이쪽도 겨우 숨 좀 쉴 수 있겠다.”는 것 아닌가.  계란들의 승리를 기원한다. (김수돈/ 독자권익위원. 전북의정연구소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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