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민생현장 <7>중소산업현장
-경기한파속 자금난 심각 부도위기 직면-상여금 고사하고 체불임금도 지불못해
중·소 산업현장이 한파로 얼어붙고 있다.
선선히 불어오는 가을바람도 중소 영세기업들에게는 한 겨울 칼바람이다.
추석은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이들은 올해도 빈주먹을 꼭 쥔 채 명절을 보내야 할 듯싶다.
TV에서는 직장인들의 추석 상여금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되지만 이들은 명절 상여금은커녕 몇 달째 봉급도 못 받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곤 하지만 밀린 월급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직원들과 함께 자재창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사장도 단골 거래처를 찾아가는 횟수가 줄었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고 찾아가 거래대금을 독촉했지만 거래처들도 돈줄이 말라 쉽사리 물품대금을 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죽어가기 일보직전입니다 돈이 돌지를 않아요, 이러다가 온통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들로 넘칠 것 같습니다.”
전주시 팔복동에서 자동차 중고·재생부품업체에 근무하는 이모씨(37)는 “뉴스에서는 경제지표가 어쩌고저쩌고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라며 “경기가 좋아지는 것은 잘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10만원이 없어서 당장에 추석 차례상 차리는 일도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 한모씨(34)는 “얼마 전에 추석 연휴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오려는 사람들이 많아 비행기 표가 모자란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듯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의 경우 사장을 포함한 전 직원 7명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똘똘 뭉쳐 버텨나가고 있지만 인내의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다.
100만원을 갓 넘는 적은 봉급에 불구하고 수 개월째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
사장 백모씨(43)는 “벌써 4달째 제대로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어 직원들에게 할 말이 없다”며 “힘들게 버텨주는 직원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머지않아 대출금 이자도 못내 뿔뿔이 흩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백씨는 “서민들은 허리가 휘다 못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아비규환에서 살고 있는데 높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지었다.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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