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한 색동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한 가로수들과 길가에 떨어진 낙엽들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가고 있는 지금 유독 미움을 받는 가로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은행나무.
가을만 되면 은행을 줍기 위한 아주머니 부대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열매를 함부로 줍지 못하게 된 지금은 그저 악취만을 풍기는 골칫덩이로 전락해 버렸다.
실제 최근 은행나무에서 나는 냄새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상가 앞에 심어진 은행나무는 제거대상 1순위라는 게 시민들의 설명이다.
중화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55)는 “도로 앞에 길게 심어진 은행나무 때문에 가을만 되면 짜증이 난다”면서 “특히 우리 같은 음식점의 경우 냄새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며 고통을 토로했다.
대학생 김모씨(26.전북대)도 최근 은행나무 때문에 웃지못할 경험을 했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진 거리를 여자친구와 걷다 은행열매에 미끄러져 넘어진 것.
다치진 않았지만 온몸에 묻어버린 은행에서 나는 악취로 집에 가야만 했다.
그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면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아하지만 가까이 가는 건 사절이다”면서 “그때 일로 등굣길에서도 도로변에 널려 있는 은행을 피하면서 다닌다”고 말했다.
더불어 가로변에 차를 주차하는 시민들도 은행이 떨어진 곳을 지날 때면 종일 악취가 따라다닌다고 하소연한다.
14일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시내에 식재된 가로수 4만 9666그루 가운데 은행나무가 24.8%인 1만 2298그루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수종으로 편중된 가로수가 단조로운 도시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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