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5 18:29 (일)
시련과 역경은 희망의 발판
상태바
시련과 역경은 희망의 발판
  • 전민일보
  • 승인 2009.08.18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늘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친구가 있다.
 천안으로 시집 가 오붓하게 살고 있던 그녀가 1989년에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쳐 1급 장애자가 되어 누워있는 신세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온실에서 자란 식물과도 같았던 그녀에게 닥친 엄청난 시련은 아픔의 연속일 뿐 어느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죽으려고 여러 번 동맥을 자르고 약을 먹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참으로 난감했다.
 무엇으로 친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으랴.
 아무리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 해도 그녀의 고통을 다 알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깔끔한 성격인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 밖에 없었으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냉가슴 앓다 고민한 끝에 안부편지와 더불어 긍정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글을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관하며 사는 그녀에게 조금의 희망이라도 싹틔워 주려는 마음으로 그녀보다 더 힘들게 사는 장애인들의 성공담을 적어 주거나 책을 복사 또는 구입해서 수시로 보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기를 3년이 훌쩍 지났지만 다정다감했던 그녀는 전화 한 통 하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읽어보지 못할 정도의 깨알 같은 삐뚤빼뚤 글씨로 답장이 왔다.
 얼마나 기쁘고 반갑고 행복했던지…….
 그때부터 조금씩 친구의 마음에 변화가 온 것이다.
 그 후, 남편과 이혼하고 고향인 전주로 이사를 와 12층 아파트에서 감옥 아닌 감옥살이를 하며 지난 날 사금파리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그녀가 TV속의 시골길을 볼 때마다 걷고 싶은 충동을 잠재우려 수면제를 먹는다는 소리를 들을 땐 저절로 가슴이 미어진다.
 세월이 흐르면 체념도 빠른가보다.
 코스모스 꽃과도 같은 청순하고 해맑은 그녀가 자기 몸을 다 태우고 산화하는 촛불처럼 살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의 빈 주머니를 책을 통해 메우며  자신을 다스리는 그녀에게 외로움을 삭힐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처음엔 낙서로 시작한 일이 취미가 되어 여기저기에 잔잔한 글을 투고하여 문화상품권과 생필품을 타더니, 요즘은 정상인도 끈기와 인내가 없으면 마무리 짓기 힘든 손뜨개질로 가계에 보탬이 되는 삶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 내심 얼마나 흐뭇한지 모른다.
 20년의 고통과 아픔 속에서 스스로 깨우쳐 어둠을 빛으로, 절망을 다른 길로 인도하는 힘을 기른 후천적 장애인이 된 친구가 마냥 대견하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우리.
 시련과 역경은 발전과 성장을 위한 또 다른 계기가 되듯, 사는 날까지 그녀의 버팀목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며 드높은 쪽빛 하늘을 하염없이 우러러본다.

양봉선 / 전북아동문학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만원의 행복! 전북투어버스 타고 누려요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포럼 2024: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