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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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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돌탑
  • 전민일보
  • 승인 2022.05.04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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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뒤뜰에 나지막한 돌탑이 있다.

내 고향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변산 청림 노적마을에 있는 그 탑은 눈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백여 년 동안 세월의 무게를 짊어지고 지금까지 꿋꿋이 서 있다.

처음 그 돌탑의 기초를 다지신 분은 우리 할머님이시다. 할머님은 틈 날 때마다 문밖에서 돌을 하나 둘 주워다가 탑을 쌓기 시작했고, 그 뒤 어머님이 시집오신 뒤로 부모님이 증축하여 완성한 탑이다.

어머님께서는 고향 청림천(靑林川)에 나가 수천년 동안 냇물에 씻기고 닳아진 깨끗한 돌을 주워 모아 탑을 쌓아나갔다.

탑의 둘레는 2미터 정도, 높이는 1.5미터 정도 된다. 내가 직장에서 퇴임한 뒤 20여 년 동안 문화유산탐사 단체에서 전국을 순회하며 탐사했지만 가정의 뒤뜰에 탑을 쌓은 집은 본 적이 없다.

어머님이 이처럼 정성으로 돌탑을 쌓은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그것은 오직 남편과 자식, 손자, 손녀, 증손주까지 모두 건강하게 잘 살라는 비손이다.

어머님은 매월 음력 초3일, 7일, 15일 날엔 목욕재계하고 정성을 다하여 그 돌탑 앞에 앉아 두손을 모아 빌고 또 빌었다. 그 비손은 어느 특정종교와 연관을 짓고 탑을 쌓아 비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전통적 유교 사상에 입각하여 천지신명께 비손을 한 것이다.

돌탑이란 무엇인가. 탑이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돌을 쌓아 올린 실체로서 민속의 한 유형이며, 마을 수호의 기능을 갖는다.

탑은 옛날부터 전승되어 온 민중의 소망이 담긴 신앙 전승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신에게 행운을 비는 샤머니즘 풍습이 한민족 본성에 내재된 가치로 돌탑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1950년대 가난한 시절 구걸을 하는 거지가 오면 당신의 밥이라도 그들에게 주고 채소나물에 된장쌈을 드시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일어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시 철없던 나는 우리 먹을 밥도 없는데 거지에게까지 밥을 챙겨주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투정도 하였다.

내가 일상생활에서 좋은 점을 행했다면 그것은 어머니의 교육이고, 잘못된 행위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져버린 내 잘못이다.

어머니는 10년 전 98세를 일기로 한 많은 세상을 뜨셨다. 당시 아무리 소리쳐 불러 봐도 소용이 없었다. 어머님이 못다 하신 일들은 하늘나라에서 맘껏 펼치시기 기원한다.

어머님이 쌓으신 돌탑은 지금도 원형 그대로 보전되어 있으며, 영구히 보존할 것이다.

고재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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