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9 19:01 (일)
채석강의 선경(仙境)
상태바
채석강의 선경(仙境)
  • 전민일보
  • 승인 2022.01.26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석강! 지명만 들어도 선경이 떠오른다.

수억만 년 세월이 파도에 씻겨온 바위는 깎이고 씻겨 절벽을 이루었다. 절벽은 다시 씻겨 동굴을 이루었으니, 대자연의 신비와 비밀을 간직한 채 채석강(彩石江)은 경이로운 조화와 신비경(神秘境)의 표상이다.

바다를 왜 강이라 했는지 궁금하다. 채석강은 오랜 역사를 바위에 기록하여 책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도서관처럼 보이기에 누구든 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듯싶다.

변산반도 맨 서쪽에 위치한 채석강·화강암·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이 드러나 있는 곳이다. 바닷물이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채석강이란 이름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해안의 절경과 백사장의 풍치가 돋보인다. 물결도 잔잔하여 바다가 강물처럼 느껴진다.

채석강 바위 절벽 밑 차곡차곡 쌓아놓은 바위책들의 책갈피에서 수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白堊紀)시대의 바닷물결과 만난다.

바람도 만난다. 수만 권의 바위 책이 쌓여 있는 절벽 위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풀꽃들이 피어나 있다. 그 잡초와 잡꽃들도 여느 잡초와 달리 책바위 위에서 가을바람 타고 한들한들 춤을 추니 관광객들에게 한층 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책바위 위의 잡초들도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선을 보이니 또한 영광을 얻게 되었다.

책바위에 비쭉비쭉 바깥에 드러난 바위로 된 책갈피는 파도와 세월에 침식되어 과연 누가 해독할 수 있을 것인가! 지질학자들이 연구를 통해서 오랜 세월에 풍화된 퇴적층에 적힌 책, 신비 언어를 읽어낼 수 있을까!

변산 8경중의 하나인 채석강에 바위 책으로 쌓아올린 도서관이 있을 줄 몰랐다. 바위 책에는 백악기시대부터 지금까지 과연 무슨 학문과 말들을 기록해 놓았을까! 지구환경과 기후를 그대로 새겨놓았을까! 공룡이 하늘과 바다 위를 날아다니던 시절부터 생물들의 진화과정이 적혀 있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기도 하다.

수만 권의 바위 책에선 파도 소리만 꿈결인양 들려오고 있다. 산과 바다의 만남, 시간과 공간의 만남, 태고와 현재의 만남을 보여주는 바위책 앞에서 파도 소리를 듣는다. 얇은 바위 퇴적층마다 수만 년이 축약되어 있다. 수많은 지층들을 보니 이곳이 영원의 한복판인 듯 느껴진다. 순간이 영원의 숨결이며 중심이 아닐까. 퇴적층마다 빛깔이 조금씩 다르다.

채석강에서 수만 권의 바위 책들을 보니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시간에 침식되어 하나의 퇴적층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천혜의 비경, 채석강을 찾은 그날은 어찌나 날씨가 맑은지 눈이 부실 지경이다. 우리 일행 10여 명은 방파제 뚝을 거닐며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서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평소 말하기를 조금 넓은 지역도 바다같이 넓다고 표현한다. 과연 그렇다. 오늘의 서해바다는 어느 때보다 끝이 없이 넓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육지와 강, 바다가 어우러져 강가의 채석은 볼수록 신비롭다.

나의 고향집 내변산 청림리에서는 보행 20리거리다. 고향에 살 때 자주 다녀서 지기(知己)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채석강! 오늘 즐거운 여행이어서 우리 일행들도 흐뭇한 표정들이다.

오늘 하루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채석강, 책바위의 신비경을 찾은 우리 일행은 그 어느 여행보다 값진 여행이었다고 즐거워한다.

어느덧 서해의 저녁노을이 하늘과 바다를 아름다움으로 물들이고 있다.

채석강 책바위에 어둠이 내리고 바다는 거칠게 숨소리를 내면서 파도의 하얀 포말로 덮여 있다. 시간이 만들어낸 비경의 채석강, 영원무궁하여라!

고재흠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춘향제 12년째 전두지휘...한복의 美, 세계에 알릴것
  • 서울공항 봉인 해제에 일대 부동산 들썩… 최대 수혜단지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눈길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지유온 성장 가속화…상장전 경쟁력입증
  • 삼대가 함께 떠나고 싶다면, 푸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