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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도입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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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욕죄 도입 신중해야
  • 전민일보
  • 승인 2008.11.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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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씨 자살 원인으로 무분별한 유언비어 및 악플이 지목되면서 사이버 모욕죄법, 일명 ‘최진실법’이 제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법 앞에 사람이름을 붙이는 게 지난 3월 안양에서 유괴 살해된 혜진, 예슬양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것.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 후 살해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하는 가칭 ‘혜진·예슬법’이 입법예고 된 이후부터다. 그런데 이 사이버 모욕죄는 최진실씨의 자살 이전에 이미 나왔던 이야기다. 지난 5월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부터 거론된 것이다. 
  광우병 촛불집회는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로부터 촉발되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처음 시작됐던 지난 5월, 누구도 10대 중고생들 수만 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도대체 이 학생들은 무슨 이야기를 어디에서 듣고 쏟아져 나온 것일까.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 언론이 촛불집회를 일과성 이벤트로 여겼고, 국민적 저항으로 확산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정책을 비난하는 무분별한 악플이 난무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촛불집회를 왜곡 보도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 네티즌들은 해당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이 벌어져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익명을 이용한 악플 때문에 선량한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그 덕분에 정부는 ‘사이버 모욕죄’ 제정을 시도하지만 야당의원들의 반대로 흐지부지 된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번 최진실씨의 자살로 또다시 사이버 모욕죄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및 모욕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장윤석, 나경원 의원이 발의했다. 개정안은 객관적 사실이든 허위사실이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사이버 상에 퍼뜨리면 9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댓글 한번 잘못 달았다가 9년 이하의 징역을 살 수도 있다. 아주 무시무시한 중죄이며 너무도 과중한 처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반대한다. 이는 정부의 정책이나 정부관련 인사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 언사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수단이라고 본다. 현행 형법이 모욕죄를 친고죄로 하는 이유는 모욕죄가 무엇보다도 당사자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의 보호’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의 모욕죄와 달리, ‘사이버 모욕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 논란이다. 일반 모욕죄는 ‘친고죄’로, 사이버 모욕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되면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피해자인 내가 직접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 기관이 인지수사에 나설 수 있고,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혀야 처벌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비판적 의사표현 행위를 압박하는 사이버 모욕죄법 도입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최근 벌어진 연예인 자살사건이나 명예훼손 사건 등을 이유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것은 현 정부가 국민에 대해 필요 이상의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으로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의심받을 만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사이버 모욕죄’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을 냈다. 사이버모욕죄가 신설돼도 네티즌들이 법제재를 피해가는 우회적 방법을 만들어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이버 모욕죄를 법률상 규정한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최초가 될 것이다. 만약 사이버 모욕죄가 신설된다면 그만큼 우리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게 될 것이다.
  사이버 모욕죄 도입 취지는 악성댓글 감소에 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다. 모욕의 대부분인 욕설(?)은 인터넷 기업에서의 필터링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옳다고 본다.
  악플을 달아서는 안 되겠지만 악플도 리플이다. 악플이라는 단어에 대비되게 선플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선플만 달면 재미가 있을까? 무엇보다 자유가 강조되는 인터넷상에서 찬성과 칭찬일변도의 댓글은 민주주의의 본질에 어긋난다. 잘못된 정부정책이나 개인 간의 건전한 비판은 수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사이버 범죄에서 10~20대 비율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올바른 사이버 윤리의식을 갖도록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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