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군은 장수향교(전교 양기홍) 주관으로 지난달 30일 향교 유림과 지역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유재란 당시 장수향교를 지킨 충복 정경손의 희생정신을 본받고 이를 기리기 위한 제례를 지냈다.
이날 제례는 노비의 신분으로 자신을 희생하여 장수향교를 지키고자 한 충복 정경손의 애국충절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한경훈 향교 유림이 초헌관, 장재선 유림이 아헌관, 박명규 유림이 종헌관 등을 맡았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최경회 장군이 진주성에서 순절한 후 무방비 상태였던 장수를 전라도 관문인 남원성을 침공하기 위한 왜적들이 거침없이 육십령을 넘어 싸움 한 번 없이 장수 땅을 통과 했다.
이때 향교 노비 신분의 정경손은 홀로 성전에 남아 장수향교에 침입한 왜적이 대성전까지 이르자 문묘 앞에 꿇어앉아 “만약 문에 들려거든 나의 목을 베고 들라”고 말해 그의 기개에 감복한 왜병이 본성역물범(本聖域勿犯 이곳은 성스러운 곳이니 침범하지 말라)는 쪽지를 남기고 스스로 물러나 장수향교가 피해를 당하지 않고 현재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이에 1846년(헌종 12년) 당시 정주석 장수현감은 정경손의 거룩한 기개를 이어받기 위해 ‘성충복정경손수명비’를 세웠고 장수군은 매년 음력 3월 15일 제례를 봉행하고 있다.
정경손이 지켜낸 장수향교 대성전은 1407년 어명으로 지어져 현재 보존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다포형 구조로 정면 3간, 측면 4간 규모이며 전면 1칸은 퇴 칸으로 구성돼 외부로 트여 있는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
대성전은 보물 제272호로 지정됐으며 공자를 비롯한 5성인과 송조4현, 우리나라 18현 등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안동환 부군수는 “향교지킴이로서 직위의 고하를 떠나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완수해 낸 정경손의 정신을 우리 모두 본받고 이어가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장수향교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수=신성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