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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전설의 섬 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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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람] 전설의 섬 계화도
  • 전민일보
  • 승인 2015.04.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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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태 부안 장신초등학교 교장

 
안개가 낀 봄날 오전 부안의 육지에서 서쪽 바다를 바라다보면 바다는 모두 안개 밭이 돼 아무것도 없는 무아지경의 세계가 돼 있다.

어찌 바다가 안개로 모두 감춰져 버릴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안개 밭 위로 산꼭대기 하나가 얼굴을 보이기 시작해 차츰 산의 중간모습까지 안개 위로 보이다가 바다 위의 모든 안개가 햇살로 자취를 감춰버리면 순식간에 푸른 바닷물 위로 계화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환하게 드러나는 신비한 장관이 연출된다.

이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은 언젠가 보았던 007영화의 처음 장면 그대로이다.

지금은 바닷물이 없어 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어쩌다 한 번씩 펼쳐지는 이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 그 자체이며 보리밭이 푸르러가는 무르익은 봄철이면 계화면 인근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계화도! 집집마다 살구꽃이 한하게 피고 소 울음, 닭 울음소리와 염소들의 ‘매~에’소리 맞춰 산 아래 보리밭이 바람에 초록 물결로 춤을 추던 봄날, 그곳에 바닷물까지 어우러져 봄의 아름다운 향연이 펼쳐지던 곳, 그곳은 자연을 좋아하는 시인이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언젠가 시인이신 석정 선생님의 글에서도 ‘계화도’라는 지명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계화도가 ‘계화리’로 됐지만 말이다. 계화도는 조선 말 최대의 유학자이며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오적을 처단해야 한다고 목숨을 내놓으시고 상소를 올리신 간재 선생님께서 말년에 후학을 가르치신 유서 깊은 곳이다.

봉수대가 설치된 국방의 요충지였으며 칠산 어장을 살찌우는 드넓은 갯벌로 된 해양 목장의 중심지이었던 곳이다. 그런데 어쩌랴? 1960년대에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간척지를 만든다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바다목장 한 부분을 논으로 만들어 버리더니 지금은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시는 수많은 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사업으로 바다목장 전체를 잃어버린 섬 아닌 전설의 섬이 됐다.

지난 간척사업에 계화도는 산이 잘려나가고 밭이 다 패어나가는 참혹한 아픔을 겪었지만 워낙 아름다운 섬이었기에 아직도 그 기품은 살아 숨 쉬고 있다.

계화산 높은 봉우리 매봉은 멀리 황해바다 고군산열도와 충남의 서천 땅과 내륙의 모악산, 내장산을 바라보며 호남평야의 넓은 대지를 가슴에 안고 산 아래 인간을 이롭게 하는 약수까지 내어주며 솔바람소리와 함께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우선이다. 그 땅에 어떤 사람이 사는가가 더 중요하다. 계화도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생계 터전이었던 계화도 그 넓은 앞바다를 다 내어주고도 간척지 땅 한 평 얻지 못하고 지금도 먼 바다에 등 기대어 살고 있지만 외지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을 내 이웃으로 껴안고 훌륭하신 간재 선생님의 사당과 아픔에도 소리 내지 못하는 고향 땅을 지키며 소박하게 살고 있다. 자신의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은 누구나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머지않아 부안에 마실축제가 벌어진다. 계화도의 살구꽃을 피우고 칠산바다에 고기를 몰고 왔던 그 봄바람은 올해도 어김없이 변산에 산벚꽃을 환하게 피우고 붉은 철쭉꽃으로 새봄의 향연을 맘껏 펼쳐 보이고 있다.

마실축제 때 부안 땅을 찾아 오는 손님들은 아마도 봄바람에 실려 온 짭쪼롬한 바다맛과 소박하고 구수한 고향의 인심을 넉넉하게 만끽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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