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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농촌진흥청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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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농촌진흥청에 다녀와서
  • 전민일보
  • 승인 2015.04.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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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칼럼니스트

 
언젠가 경기도 어느 회사에서 ‘전라도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공고문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대학시절부터 전라도에 대한 편견을 종종 목격했다. 더욱 유감스런 것은 그것이 거의 전국적인 얘기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영호남 지역감정’이란 말은 적확(的確)하지 않다. 호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란 표현이 합당하다.

내가 충남 예산으로 간다 했을 때 적잖은 분들이 걱정해주던 바도 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타향에서 듣는 고향 소식은 각별하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무연고의 타향이 주는 외로움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익명의 자유로움이 고향에 대한 작은 책임감을 앞서지 못하는 이유다. ‘행여 나로 인해 고향이 욕되지 않을까’ 부족하지만 조심조심하며 산다.

교육이 있어 방문한 고향, 농촌진흥청에 다녀왔다. 내게 있어 그것은 상전벽해(桑田碧海)이기도 하다. 허허벌판이던 그 길로 나는 수년간 출퇴근을 했다. 전주와 완주가 날 키워준 곳이라면 농촌진흥청은 내게 또 다른 길을 가르쳐준 고마운 곳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지만 내게 전주와 완주가 소중하다고 타향의 모든 사람이 그럴 순 없다.

농촌진흥청 직원 상당수가 ‘독거노인’과 ‘자유부인’이란 유머에 마냥 웃기 어려운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가족과의 생이별, 가중되는 생활비 모든 것이 그들에겐 쉽지 않은 생활이다.

‘가족이 모두 전주로 오면 되지 않나’라고 얘기 할지 모르지만, 수 십 년 삶의 터전을 정리하고 낯선 곳으로 온 가족이 이주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들 대부분에게 전주와 완주는 여전히 지방의 조그만 도시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것은 어느 일방의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제 수원에서 전주로 온 그들이 말하는 당혹감을 들어보자. 그 중엔 이런 얘기도 있다. “이 곳 사람들이 중앙부처 개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수원시나 경기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다. 농촌진흥청을 전주와 완주가 서로 자신의 하부기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1급인 원장은 물론 정무직인 청장에 대한 의전(儀典)도 무례하기 짝이 없다.”

사실 지방자치 이전 대부분의 관선군수는 중앙부처 과장급도 아닌 팀장급이 왔다. 이런 사례는 중앙부처 사이에도 존재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30대 평검사를 서울시경국장에 임명한 적이 있다. 그런데 경찰들을 더욱 허탈하게 했던 것은 그가 다시 검찰에 복귀할 때도 평검사였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검찰에 대한 경찰의 위상은 달라졌다. 민선 단체장의 위상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민의에 따라 선출된 정무직이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임기가 보장되고 주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지방의 소통령이다. 광역단체장 중 몇몇은 잠룡(潛龍)으로 얘기된다. 누가 그들을 차관급 공무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의 의전서열이 관선과 같을 수는 없는 이유다. 실제 적잖은 기초지자체에서 단체장이 지역구 국회의원 보다 의전서열이 높다.

그렇다고 농촌진흥청 관계자의 얘기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엄연히 지방자치단체와는 별개인 국가조직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전주와 완주의 하부기관으로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 농업 농촌의 문제를 총괄적으로 바라보고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는 귀한 사명을 가지고 전주와 완주에 온 손님이다.

의전(儀典)을 비롯한 관련된 여러 문제도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손님을 불러놓고 불쾌함을 주는 것은 예에 맞지 않는다. 기관만 오고 사람은 떠나가게 하는 우를 범한다면 그것은 전주는 물론 나가서 전라북도 전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천동설에 의해 우주를 바라보는 사람과 지동설에 따라 그 변화를 설명하는 시각 사이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공유할 수 있는 패러다임(paradigm)을 만들어가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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