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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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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일보
  • 승인 2015.03.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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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교수

 
“밥공기들/옹기종기 모여/숟가락 젓가락 아웅다웅한 건/언제였을까/김치찌개에 /숟가락 부딪히던 사람들/낙엽처럼 하나둘 사라진 건/언제부터였을까 /서걱거리는 입속의 밥알/빈 의자가 날 바라보고 있다.”(이병길; 밥을 먹는다)

식구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식구가 사라지고 가족만 남았다. 바쁜 일상이 식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학생인 자녀들은 새벽이슬을 맞고 학교에 갔다가 밤이슬을 맞으며 귀가한다. 이런 문제를 완화시키려고 경기도 교육청이 9시 등교제를 처음으로 실시하였다.

가장 역시 일터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나서 잔업이나 회식으로 인해 저녁 먹을 시간을 넘겨 귀가하기 일쑤여서 온 가족이 함께 밥 먹는 일이 드문 게 현실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이 있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특히 한 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하루 일과를 나누고 서로가 가진 감정을 주고받으면 자연스럽게 가족애가 실현된다.

이런 대화를 통해 학교나 사회에서 하지 못하는 교육을 할 수 있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밥상에서 가정교육이나 인성교육을 시켰다. 사회생활을 할 때 지켜야 할 예절과 교양을 밥상머리에서 가르치고 배웠다.

그러나 요즘은 한 가족이 밥상에 모여 함께 밥 먹는 일이 힘들뿐 아니라 밥상에서 자녀에게 교육을 시키는 부모는 거의 없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든다.”는 속담이 있다. 개뿐만이 아니라 아무리 순한 동물도 먹을 것을 빼앗기거나 옆에서 방해하면 맹수로 돌변한다. 그만큼 동물은 생존에 대한 본능이 강하다. 또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감정을 상하게 하지 말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자녀를 한 명 정도 낳다보니 대부분 자녀를 과잉보호하며 기른다.

이러다보니 밥상머리에서 자녀를 훈육하는 부모는 드물다. 학업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녀는 부모가 한 이야기를 잔소리로 인식하거나 귀찮아하기 일쑤다. 그래서 대부분 부모는 아예 자녀와 부딪치지 않으려고 밥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가족관에서 나왔다. 가족은 혈연관계나 혼인관계로 맺어진 사람이다. 즉 법적으로나 호적상 어떤 관계로 묶인 사람이다. 가족은 한 집에서 같이 살지 않더라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식구는 같은 집에 살면서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다. 따라서 혈연관계를 떠나 함께 살면서 밥을 먹는 대상은 식구가 될 수 있다. 우리사회가 저출산과 함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홀로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기정이 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면서 밥을 주는 동물도 엄연히 한 식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직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같이 밥을 먹는 동료도 한 식구이다.

사회가 변동하고 가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식구에 대한 의미도 변하고 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거나 “멀리 사는 자식보다 이웃이 더 효자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가 된 지 오래이다.

가족해체가 보편화 되고 일반화된 이 시대에 식구에 대한 의미도 빛이 많이 바랬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해와 용서, 공동운명체 성향을 지닌 가족이 지닌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애를 회복하거나 기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혈연관계는 아닐지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 있는 구성원을 한 식구처럼 여기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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