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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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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불평등
  • 전민일보
  • 승인 2015.02.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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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조 모심과 살림연구소 연구원

 
지난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소득불평등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논쟁을 촉발한데 이어 지난 9일에는 경제협력기구(OECD)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처음으로 불평등 문제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득 불평등이 사회 구조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피케티가 밝힌 소득 불평등의 원인은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서기 때문이며, OECD의 진단은 하위 10%의 소득 증가속도보다 상위 10%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데에 있다. 진단만 봐서는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대책은 다르다.

피케티는 공교육 강화나 부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처방을 내리지만 OECD는 양질의 교육훈련과 간접세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부유세가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키고 간접세는 불평등의 확대에 기여한다는 비판에서 서로가 자유롭지 못하다.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사회적경제 영역의 활성화를 통해서 민주적 경영문화를 확산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예컨대 2011년 미국에서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요구하며 ‘월가를 점령하라’시위에 동참한 사람들이 대형은행으로부터 지역의 신용협동조합으로 계좌를 옮기는 ‘계좌 전환 운동’을 추진한바 있다. 당시 두 달 만에 120만 개의 계좌가 새롭게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는 1인 1표의 원칙에 따라 대주주의 독점적 전횡이 발생하지 않고 조합원과 이익을 공유하는 신용협동조합의 특성에 참가자들이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협동조합은 이윤 추구보다는 조합원의 필요 충족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기 때문에 소득 분배가 촉진되는 측면이 있다. 즉 소비자 협동조합은 상품 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신용협동조합은 금융 접근성 향상으로, 노동자 협동조합은 고용확대나 임금 상승으로 자원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2014년 스페인 몬드라곤 그룹의 파고르 협동조합이 사업 부진으로 파산했지만 자체 복지서비스로부터 소속 조합원들이 80% 수준의 급여와 교육을 지원받고 그룹 내로 재취업 할 수 있었던 것도 돈보다 인간을 우선한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고 이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높다.

이번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격차가 10대 1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절반 정도가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격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다.

또 소득 격차에 따른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가계, 도시와 농촌, 부모와 자식 세대간에도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복지와 증세 논란의 이면에는 이중 삼중의 불평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도 뒤섞여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로 불과 2년만에 6,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이렇다 할 지원 정책도 없고, 개인 간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증가세다. 어쩌면 IMF 이후로 지난 20여 년간 확대되어 온 경제적 불안정을 경험하며 협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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