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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인연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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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인연의 고리
  • 전민일보
  • 승인 2014.11.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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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칼럼니스트

 
이구연(李龜淵)과 이해명(海鳴ㆍ海明ㆍ解明)은 동일인이다. 독립운동에 헌신했음은 물론 6·25때 전사한 호국용사다. 그런데 그의 이력 중에는 1928년 10월 17일 베이징(北京)에서 발생한 한 건의 살인사건이 있다. 그에 의해 암살된 사람은 박용만(朴容萬)이다. 비극적인 사실은 살해된 사람과 살해자 모두 독립운동가로 서훈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이구연이 박용만을 살해한 이유는 박용만이 ‘친일변절자’라는 것이었다.

백야(白冶) 김좌진(金佐鎭)이 공산주의자 박상실(朴尙實)에 의해 암살당할 때도 이유는 같았다. 당시 만주 지역에는 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이 변절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김좌진이 최후를 맞이하던 그 날도 일제 밀정을 만나고 오던 길이었다는 것이다. 대학시절, 관련 논문을 읽고 한 참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만, 우리는 이것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일제의 공작이었다는 주장과 논거도 많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오도된 사실과 그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김좌진 장군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이는 독립영웅에 대해 후손으로서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의 분할통치(Divide and Rule)는 피해자들에게 서로를 증오하게 만든다. 그것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상으로 아픈 일이다. 그럼 박용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4·19로 하야해 하와이에 머물던 이승만(李承晩)은 비서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 일생에서 가장 힘든 상대는 박용만이었다.”이승만과 박용만. 두 사람은 1904년 감옥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독립에 대한 의기로 투합한 이들은 곧바로 옥중 의형제를 맺는다. 이후 박용만은 자신보다 여섯 살이 많은 이승만을 깍듯이 모셨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그들 사이에 균열이 찾아온다. 독립운동의 방향성과 그에 결부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결별하게 된 것이다. ‘외교독립론’과 ‘무장투쟁론’안타까운 것은 지금까지도 이 둘을 가지고 선악개념으로 구분하고자 하는 것이다. 목표는 같지만 방법론의 차이가 서로를 증오하게 만들었다.

인간사의 모순과 다양한 궤적이 꼭 이승만과 박용만 관계에만 국한 된 것일까.

시간은 내게 이렇게 얘기해준다. ‘인연의 고리는 생각 보다 약하다.’현재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신뢰가 미래에도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 만일 이것이 내가 상식과 건강한 사유에 근거한 삶을 살지 못해서라면 오히려 안심이다. 내 인연의 고리에 문제가 생긴 것은 오직 나에게 귀책사유가 있기에.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아쉬움의 한 조각이 있다면, 그 이유라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경우다. 오랜 그리고 신뢰할 만한 인연의 고리가 어느 순간 끊어졌는데 이유조차 알 수 없다면 새로운 인연의 창출이 어찌 가능 할 수 있겠는가. 그들과 내 삶의 어느 한 편린에 조우라도 하게 된다면 그들이 내게 할 얘기를 듣는 것은 분명 곤혹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그들에겐 나만 모르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용만과 김좌진도 자신들이 죽는 그 순간, 왜 동족의 손에 죽어야하는지 모르고 죽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구연과 박상실은 이유가 분명했다. 두 사람 모두 확신범(確信犯)이다. 더욱 비극적인 사실은 일제 강점기는 물론 해방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죽이고 죽어갔다는 것이다.

이제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피 끓는 청춘기에 감옥에서 만나 조국독립을 위해 의기투합했던 박용만과 이승만의 인연에 관한 것이다. 한 때 호형호제(呼兄呼弟)했던 두 사람.

하지만 둘은 결별했고 서로를 향해 날선 비난을 하는 처지가 된다. 사사로운 정과 대의(大義)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결별은 한국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극을 이해할 수 있는 방점이다. 그럼, 소시민에게 ‘인연의 고리’는 어떤 의미일까. 당신의 그것은 강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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