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수 군수의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실무자에게 구두로 전달했는지 명단을 작성해 전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25일 오후 ‘부안군 인사비리’에 대한 항소심 2차 속행공판이 전주지법 제1형사부(김양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전 비서실장 신모씨(59)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1심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던 신씨는 지난 2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돌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신씨는 “실무자가 근무평정을 마무리해야 하니까 챙겨줄 사람을 말해달라고 2번 정도 나에게 독촉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에 군수실에서 군수에게 이모씨 등 3명의 이름을 받아서 실무자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1심에서 김 전 군수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는데 갑자기 말을 바꾼 이유가 뭐냐는 검찰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에서 당시 상황이 자꾸 언급되다보니 희마하게 기억이 났다”고 진술했다.
김호수 전 군수의 변호인 측은 흠짓내기에 주력했다. 변호인 측은 “신씨가 정확한 시간과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고 실무자에게 말로 전했는지 아니면 쪽지로 줬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씨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실제 신씨는 이날 시간과 당시 상황에 대한 변호인 측의 질문에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
변호인 측은 신씨에게 “선처받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는 것 아니냐”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에 신씨는 “그것은 아니다. 희미하게라도 기억이 나서 말한 것 뿐이다”고 답했다.
재판부도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물었다. 재판부는 “김 군수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 근무평정서열을 임의로 바꾸도록 지시한 것이 맞냐”고 재차 확인했고, 신씨는 “맞다”고 답했다.
다음 재판은 8월 20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김 군수는 지난 2008년 1월 부안군 인사담당 공무원들에게 6급 이하 공무원 58명의 서열·평정점 임의조작을 지시, 평정단위별서열명부 등 인사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하고 같은해 6월 사무관 승진 인사위원회와 관련해 특정 공무원들을 승진하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2월 인사 관련 서류 8권을 무단 반출한 뒤 5년 5개월 간 자택에 보관한 혐의(공용서류 은닉)도 받고 있다.
신씨 등은 김 군수의 지시로 근무성적평정을 임의로 변경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이 사건으로 부안군 공무원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면서 김 군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신씨에게도 징역 1년 2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반면 이씨와 배씨에게는 유죄를 인정하긴 했지만, 형(각각 징역 10월과 8월)의 선고는 유예했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