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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참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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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참지 그랬어....”
  • 박상규 기자
  • 승인 2014.07.2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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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등 300여명 참석… 마지막 인사
▲ 전주 신성여객 해고 버스기사 고 진기승씨 영결식이 22일 유가족과 민노총 노조원들이 풍남문 광장에서 노제를 지내고 있다. 노사간의 합의로 버스문제가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사측이 장례비 지급을 하지 않아 버스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형민기자

22일 오전 7시 전주시 송천동 한 장례식장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고(故) 진기승씨(47)의 발인제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부터 각지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모였다.

발인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민노총 관계자들은 모두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가족들은 진씨를 보내는 슬픔에 오열했다. 진기승씨의 아들 진모군(16)은 빨갛게 부은 눈으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힘들어했다.

진씨는 지난 4월30일 부당해고를 당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회사 국기봉에 스스로 목을 맸다. 이후 병원에서 의식불명상태로 지내다 지난 6월2일 사망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승차거부, 부분파업 등 투쟁을 진행하다 지난 20일 전주시의 중재로 노사가 유족 보상과 재발방지대책 등에 극적으로 합의해 진씨는 목을 맨지 84일, 운명한지 51일 만에 영면에 들 수 있었다.

유가족들은 발인제를 마치고 8시께 영결식이 예정된 시청광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신성여객 사측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 유가족들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신성여객관계자에게 몇 번을 전화해도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자동응답 메시지 뿐 이었다.

민노총관계자는 “지난 21일 밤에 신성여객과 협의가 끝났으나 갑자기 대표이사가 보고받은 적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결국 경찰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찾아온 전주시청관계자의 “전주시가 보증하겠다”는 약속으로 겨우 발인제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소동으로 인해 가까스로 영결식 시간에 맞춰 시청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자장으로 열린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장례위원장인 신승철 민주노총위원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이 시작되고 진씨의 약력이 소개되자 유가족과 민주노총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생전에 진기승열사와 이야기를 나눠 본 적도 없지만 형제나 가족처럼 분노하는 이유는 가족을 위해서 자본가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라며 “사람답게 살고 싶어 인간이 가져야할 수많은 부담을 뒤로한 채 목숨을 바친 것은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인간적인 부분은 모든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다”며 “열사를 가슴에 묻는다는 것은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씨의 부인 김모씨(44)는 “진씨가 ‘4월부터 출근을 약속받았다고 이제 딸내미 등록금 걱정을 덜겠다’고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난 3월18일 ‘관리자의 반대로 복직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고 혼자 울분을 삭히며 술을 마시던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또 “남편을, 아버지를 잃은 것도 슬픈데 사과도 없는 사측이 너무 뻔뻔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헌화까지 마치고난 이들은 영정을 든 아들 진군의 뒤를 따라 풍남문 광장까지 장례행진을 이어갔다.

전북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 송기완 지회장은 눈물을 훔치며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사측의 태도와 현 상황으로 볼대 새로운 투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는 이런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버스노동자가 대접받는 세상이 올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한편 장례를 마친 신성여객 노조원들은 23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박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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