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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와 인권 보장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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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와 인권 보장의 의무
  • 전민일보
  • 승인 2014.07.0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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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인권과 관련된 국제적 기준들 중에는 국가의 의무를 정하고 있는 기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권 위반에 관한 마스트리히트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 시민의 자유권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권리에 있어서도 국가에 세 가지 형태의 이행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존중, 보호, 실현’의 의무다.

존중의 의무는 사회적 권리를 침해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사회권을 누리는 데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규직을 줄이면서 비정규직의 확대를 꾀하는 법안이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은 노동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며 고의적으로 인권을 퇴보시키는 것이니 이러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호의 의무는 제 3자에 의해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일터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이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보호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실현의 의무는 인권이 충분히 실현되고 향상되도록 목표 설정과 실현을 위한 합리적 계획을 조치하라는 것이다. 후속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축소시킨다면 이는 실현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 세 가지 의무 중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인권 침해임을 가이드라인은 천명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권 보장을 주장하거나 침해당한 시민들을 형사적 처벌 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있다.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국가가 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인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인권 침해와 다름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의 확대, 빈부격차의 증가, 공공부문의 사유화 등으로 인해 보편적인 사회권 실현이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음에 기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이드라인은 국가에 사회권의 실현을 위한 궁극적 책임이 있음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국가만이 이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 개별 법령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지방자치단체도 그 의무당사자다.

인권의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상식일 것이다. 하물며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불을 보듯 뻔하며 이는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시내버스 문제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전주시는 연간 2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버스회사에 지급하고도 회사의 노동권 침해, 부실경영 등에 대해선 소극적인 입장만을 취했다. 이 와중에 신성여객의 부당해고 피해자인 진기승씨가 자결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버스회사의 전횡은 노후버스의 안전문제, 불투명한 보조금 등까지 유발하며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관련 법령에서 시내버스에 대한 지자체의 권한을 명시했음에도 전주시가 이를 행사하지 않으며 보조금 지급을 계속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앞서 말한 가이드라인에 비춰보면 전주시가 사회권 보장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7월이 되며 각급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본격적으로 행정의 책임자로서 역할을 맡게 된다. 당선인들이 선거 기간에 앞 다퉈 시민의 행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하던 것을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 행복이 허울뿐인 말이 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 지역 주민에 대한 인권 존중·보호·실현의 의무를 반드시 지키길 당부한다. 나아가 지자체의 실질적인 사무를 맡고 있는 책임 있는 공직자들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음을 잊지 않으면서 행정사무에 있어 인권 존중의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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