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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 현장검증, 주민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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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 현장검증, 주민들 분노
  • 김병진
  • 승인 2013.02.0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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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물점→방앗간→아파트→원룸으로 박씨 범행경로 태연하게 재연

 

“고개 들어 이 자식아!”, “짐승만도 못한 XX”, “얼굴을 왜 가려! 공개하란 말이야~!”


7일 오후 전주시 송천동의 한 아파트 일대에는 충격적인 사건에 치를 떠는 주민들로 분노로 가득 찼다.


이날 오후 1시께 송천동의 한 철물점 앞. 20여명의 경찰 호위를 받으며 검은색 후드 점퍼, 야구모자와 검은색 상하의 등산복, 운동화 차림의 박모(24)씨가 승합차에서 내렸다. 키 175㎝, 몸무게 75㎏의 건장한 체격인 박씨의 손목과 허리에는 포승와 수갑이 단단히 묶여져 있었다. 가슴과 등에 ‘피의자’라고 크게 쓰인 종이가 붙여진 채였다.


추운 겨울 새벽. 아버지와 어머니, 형을 살해했던 순간을 재연하기 위해 범행 일주일 만에 다시 사건 현장에 섰다. 범행 전 연탄화덕 2개를 구입했던 한 철물점 앞에선 박씨에게 주민들은 “모자 벗겨. 벗기라고”라며 고함치기 시작했다. 이를 의식하는 듯 박씨의 시선은 줄 곧 바닥을 향했다.


인근의 방앗간에서 연탄을 산 박씨는 2㎞가량 떨어진 송천동의 아파트로 이동했다. 56.19㎡(17평)의 좁은 집 부엌에는 여느 가정집과 같이 설거지 거리와 먹다 남은 두유, 통조림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어머니가 여기 이렇게 누워 있었고…” 박씨는 범행 순서에 맞게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 부모에게 전달하고, 연탄을 피우는 방법 등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연탄을 피우는 장면을 재연하는 중 긴장을 했는지 중심을 잃고 싱크대에 기대기도 했다.


현장검증에 동행한 박씨의 이모는 떨리는 몸으로 조카가 언니와 형부, 큰 조카를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하는 모습에 눈물을 쏟았다.


영하 12도의 날씨에도 박씨의 모습을 보러 나온 20여명의 주민들은 욕설을 쏟아내며 격앙된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무섭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박씨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집에서 나오자 일부 흥분한 주민들은 “야, XX야. 마스크 벗어”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현장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박씨는 “다 힘들었어요. 죄송합니다.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또 누구에게 가장 미안하냐는 질문에 “엄마가 병원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재산과 보험금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박씨는 “보험이 많은 줄 몰랐어요. 얼마 전 우리 집이 큰 사기를 당해 빚이 있는 줄만 알았어요.”고 답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건 현장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자신의 집에서 3㎞가량 떨어진 원룸에서 살해 모의 연습을 하는 모습을 재연했다. ‘잔혹했던’ 범행에 대한 현장 검증을 담담하게 마친 박씨는 곧바로 경찰 승합차에 탑승, 유치장에 재수감됐다.


한편 박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께 아파트 작은방에서 아버지(52), 어머니 황모(55)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미리 준비한 연탄불을 피워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형(27)과 함께 밖에서 술을 마신 뒤 오전 5시께 들어와 안방에서 같은 방법으로 형을 살해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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