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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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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 전민일보
  • 승인 2013.01.17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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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허게 눈이 많이 오는데도 새해는 오셨다.
살아 있어 새해를 맞는 거라 좋아하면서 또 한 살을 먹는다.
한 살 더 먹는 만큼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갈 텐데 그래도 반갑게 맞는다.
빠른 만큼 시간이 부족하다 동당거릴 줄 알면서도 기쁘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어서 태어났고, 그 가치를 느끼기 위해 우리는 살고 있다 말하던 어느 드라마 작가의 말은 찬바람 속에서도 훈훈하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땅으로 돌아가고 사람은 그렇게 돌아가기 위해 산다는 말도 가슴에 안겨 따뜻해진다.
그렇담 인생은 어디쯤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가야 할까.
육체의 성장이 멈추는 것을 알게 되는 40대인가, 아님 50대인가, 설마 20대는 아니겠다.
다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 즉 남은 날이 더 적다는 걸 자각할 때 쯤 사람은 철이 드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니 눈이 수북하게 쌓여 힘들 텐데도 저기 산과 들이, 퍼질러 앉은 채 추운 겨울을 듬직하게 안고 버텨내는 그 따뜻한 속내를 알 것도 같고.
그건 나이 먹어 좋은 이유 중 하나도 된다. 물론 어른들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텍쥐페리는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지만.
이튿날 겁나게 미끄러운 길을 걸어 새해 첫 출근을 했다.
시루떡을 괴어놓고 집배원 안전기원 발대식을 한다.
주민을 위해 배달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자는 다짐도 한다.
다음 날은 고객만족 경영 약속을 한다.
올해도 고객들이 그저 편하게 우체국 일 보시고 자주 놀러 오시면 좋겠기에 더 잘해보자 선서를 하고, 숟가락 하나 더 얹듯 우체국보험 출정식도 한다.
맡기는 돈엔 듬뿍듬뿍 이자가 붙고 희망까지 넉넉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곤 임실 호국원을 찾는다.
호국영령께도 새해 인사를 여쭐 수 있는 행운을 임실에 있으니까 누릴 수 있다.
분향하고 헌화하고 일 년에 단 한번일지라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겨 보는, 고개 숙이는 행복은 겸손하고 엄숙하다.
고개 들면 하얗게 눈 덮인 묘역에서 쉬고 있는 임들의 사랑이 느껴지고.
사랑과 행복 중 어디에 가치의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행복에다 한 표를 보내고 싶다.
사랑 없는 행복이 어디 있느냐 따졌을 때 분명하게 답 할 자신이 없으면서도.
그렇게 새해 달력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데도 눈은 여전히 내렸다.
세상을 다 가릴 기세다.
눈을 맞고 싶어 밖에 나갔다가 마침 대비가 눈에 띄어 눈을 쓴다.
아파트 입구를 쓸고 아이들이 썰매 타러 나갈 작은 길을 낸다.
금세 땀으로 흥건해졌으나 쓸고 나니 머릿속까지 홀가분하다.
모처럼 텅 빈 머리는 눈을 쓰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둘 다 기분 좋은 거라는 걸 안다.
그리곤 관사 거실에 엎드려 우체국 식구들에게 새해 편지를 쓰니 더 행복해진다.
“임실 우정가족의 땀과 정성이 모여 지난 한 해 다들 무탈했고 여러 사업도 괜찮은 성적을 거뒀고, 그 덕분에 새해를 기쁘게 맞는 거고. 그러다보니 3년 째 여러분과 생활하게 되어 나는 고맙고 참 좋고.”
“새해에는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체국을, 직장이라는 관념과 직업이라서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내 인생을 사는 곳이라 마음먹으며 출근하면 좋겠고. 하나의 여정인 인생은 목적지 보다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니, 우체국에서의 하루가 내 소중한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우체국이 내 삶의 현장이라는 애정도 맘껏 표현해 주십사고.”
“그래서 기왕이면 즐기면서 재미있게 살아야지, 그리 마음먹고 서로에게 더욱 다가가는 우리가 되고. 어제보다는 내일을, 과거보다는 꿈과 희망이 있는 미래를 보며, 서로에게 따뜻한 임실 우체국을 만들어 나가자고.”
그런다.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면 싶다.
그래서 덧붙인다.
시집 간 은미는 독립군이 된 듯 가정을 꾸렸으니, 새색시에 만족하지 말고 그대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하는 건 무언지 찾아 한층 성숙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편과 함께 훌쩍 기차 여행을 떠나본다든지, 요양 병원을 찾아 누워계신 어르신의 병 수발도 들면 좋겠다.
엉뚱한 상상과 행동도 해 보길 기대한다.
빨강이거나 노랑이거나 원색 바지를 입은 채 출근하고 머리를 뽀글뽀글 볶아보고, 축의금을 카드로 내본다든가, 땅 따먹기 대회에 나가서 대마도를 따 먹으면 더 좋고.
희수는 길 험한 옥정호 쪽 배달을 해 보겠다 손들고 갔으니 오토바이 운전을 조심하고, 당장은 아니래도 훗날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훈훈하게 사는 날도 꼭 올 거라 함께 소망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마련이라지만, 올해 재만이 삶의 우선순위는 무조건 사랑이다.
올해는 꼭 사랑에 빠져보길 바라는 거고.
윤주가 다른 부처로 떠난다 하니 섭섭한데 기왕 자리를 옮기기로 마음먹었으니 거기 가서도 예쁨 받는 청춘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러네.
무엇보다 새해엔 건강해서 아프지 말고 사업은 함께 좋은 답을 찾아 실천하기.
행복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고 보이는 대로 그렇게 행복한 것이니.

장은섭 임실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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