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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 새알심으로 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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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 새알심으로 녹이다
  • 김병진
  • 승인 2012.12.23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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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먹고 한 해 마무리 잘 하세요”

20일 오전 9시께. 이른 아침부터 전주시 서신동 전북노인복지관 앞마당이 들썩거렸다.

노란조끼를 나눠입은 봉사자들은 팥죽을 끓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한 팀은 팥이 담긴 큰 자루를 실어 날랐고, 다른 팀은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밑반찬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옹기종기 모여앉아 새하얀 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빚었다.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20대 공익근무요원들도 새알심 빚기에 나서자 여기저기서 “새알도 송편처럼 잘 빚어야 나중에 이쁜 색시를 얻는다”고 훈수들이 이어졌다.

뜨거운 가스불 옆에선 50대 봉사자 2명이 몇 시간째 서서 팥물을 끓이고 있었다.

이현정(53·여)씨는 “눌지 않게 팥죽을 만들려면 팥을 넣고 새알심을 넣을 때, 가끔 주걱으로 젓고 불을 잘 조절해야 한다”며 “또 새알을 넣은 상태에서는 주걱으로 저을 때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저어 새알심이 뭉크러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뒤 수많은 손들이 바삐 움직여 보기에도 달콤한 팥죽이 만들어졌다.


전북적십자사 전주지구협회 봉사회가 20일 오전 전북노인복지관에서 동지팥죽 나눔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서신동에 거주하는 노인 200명을 초청해 새하얀 새알이 듬뿍 든 동지팥죽을 대접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

대한적십자사 전주지구협의회에서 동짓날 팥죽나눔행사를 가진 지는 벌써 10여년 째가 넘는다. 팥죽 나눔 행사는 추운 겨울,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이라도 주변 이웃들과 나누며 그들과 돈독한 정을 쌓고자 하는 봉사회의 연중 행사다.

대한적십자사 전라북도지사 소속 봉사회 전주지구협의회 이양근 회장은 “동짓날 전통음식 팥죽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점점 줄면서 사회도 점차 각박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동짓날을 맞아 팥죽을 만들어 먹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모아 함께 팥죽을 나눠 먹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로 참여한 모인숙(54·여)씨는 “주변 어르신을 모시고 따뜻한 동지팥죽을 대접하는 좋은 행사라 선뜻 참여했다”며 “연말연시에 행복한 팥죽 드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서 좋은 덕담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글보글 팥죽 속에 새알심 동동. 시원한 김치 한 조각에 뜨거운 죽한그릇 먹고 나니 어느새 겨울추위는 날아가고 배가 든든해졌다.

팥죽을 드신 김한수(81)씨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어 그런지 팥죽이 달고 맛있다”며 “잊혀져가는 우리 풍습을 이어 가려는 노력과 준비한 정성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사회가 많이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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