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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배울수록 가족사랑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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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배울수록 가족사랑 활짝"
  • 김병진
  • 승인 2012.10.08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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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맞아 전주다문화가정지원센터 한글교실 가보니

 

한글날(9일)을 하루앞둔 8일 전주시 중앙시장 거리에 위치한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았다. 수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고 들어갔는데도 뒤를 돌아보는 수강생 몇명과 눈이 마주쳤다.

 

다들 20대 정도의 여성들이다. “지난 주말에 뭐했어요” “지나 주마에 머해떠요” 강사는 요즘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도 가르치지 않을 듯한 아주 기초적인 한글을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설명한다.

 

학생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반짝인다. 옆 자리에 앉은 다른 학생에게 살짝살짝 보충 설명을 해주는 학생, 교재에 열심히 줄을 쳐가며 뭔가를 끼적이는 학생, 다양한 모습이 한 교실에 녹아있었다.


이곳에서 수업받는 학생들은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지로부터 온 결혼이민자들로 대부분 20~30대. 한국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모든 게 낯설다. 아직 남편과 손잡는 것조차 어색한 이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한 건 ‘한글교실’, 수업은 1주일에 2차례 진행된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에서 왔다는 레티트엉(여,23)씨는 “예전에는 남편이 얘기하다 ‘답답하다’란 말을 많이 했다”며 “이제는 남편이 전화를 자주 걸어 대화도 자주 나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열심히 배워도 한국말은 발음하기가 어렵고 표현도 다양해 어렵다”며 “한국말을 빨리 배워 갓 태어난 아가한테도 한국말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올 2월 한국에 왔다는 쟈이밍(여,35)씨는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나이 많은 사람, 어린 사람한테 쓰는 말이 다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그래도 중국어와는 달리 성조가 없고 한글은 한자보다 모양이 간단한 점은 좋다”고 웃었다.


특히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수업에서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수업을 진행해 가는 강사의 모습에서 경험과 여유가 느껴졌다. 한국어 강사 양성과정을 수강하다 이주여성들이 겪는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알게 되면서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최옥자(여,57)씨.

 

올해로 5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씨는 “최근 언어교육 못지않게 이주여성들이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는 인터넷 언어나 비속어 등을 바로 잡아 주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씁쓸해 했다.

 

이어 “꾸준하고, 열정적인 학습으로 한국어능력시험이나 요리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뿌듯해진다”며 “이주여성들이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글을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전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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