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중, 이삼만, 최규상, 황욱 송성용 등 예로부터 서예의 본고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전북에 문자향(香)에 젖어가는 가을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비로소 눈동자가 안옴함으로 서서히 젖어든다.
‘제7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소통’을 주제로 19일부터 3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예술회관, 전북학생회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전주천 일원 등에서 서예의 진가를 오롯이 펼친다.
2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비엔날레는 한국의 전통 서예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전통을 바탕으로 삼아 이 시대의 문화로 재탄생시켜 세계인과 함께 향유고자 기획된 서예축제다. 그러나 이번 비엔날레는 본래 19일부터 오는 10월 18일까지 약 1달간 진행키로 했으나 최근 급속도로 번진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한 감염을 염두해 대폭 축소돼 운영된다.
그래서 기존 개막식과 퍼포먼스, 공연, 부대행사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행사는 대거 취소됐으며, 서예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 위주로 14개 행사만 치러진다. 개회식에서부터 국제학술대회, 문화포럼, 작가와의 만남, 가훈,좌우명 써주기, 탁본 체험, 나도 서예가 등 체험 행사가 열리지 않아 다소의 아쉬움을 던져준다.
세계 서예의 현주소를 밝히는 비엔날레 테마전 ‘동아시아 서예유파전’은 6개국 작가 110명이 참여하는 등 국내,외 서예가 973명이 약 1400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서예, 불을 밝히다-서예와 한지 등(燈)’은 서예의 필획을 한지공예 전문가들이 정밀하게 세겨 40개의 등을 만들어 구성되는 등 서예가 문화 상품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신종 인플루엔자로 축소돼 열리고 있지만 세계 서예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소통’이란 주제처럼 대중들이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에 놓고, 쉽고 세세하게 작품을 설명하면서 전시장의 분위기도 그윽하게 갖추어 놓았다. 때문에 이번 비엔날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프로그램이 가장 다양한 가운데 참여 작가 수 또한 가장 많은 서예인들의 축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