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3 16:28 (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상태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 전민일보
  • 승인 2009.07.06 0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를 보노라면 시끌시끌한 소리들만이 연일 귀를 어지럽히고 어수선한 모습들만이 거듭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최저임금을 삭감하네 인상하네, 줄다리기를 하더니만 별로 표시도 나지 않는 2.75% 인상안을 결정했다. 그것마저도 결국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투표로 결정했다. 올해의 시간급 4,000원에서 110원 오른 4,110원이다. 이 인상이 왜 별로 표시가 나지 않는가하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 3%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로는 삭감된 것 아닌가?
기업은 기업대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서민은 서민대로 삶의 짐에 등골이 휘고 있다. 소위 서민은 100만원이 못되는 돈으로(주 40시간 기준으로 한 달 85만원 정도) 한 달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최저임금제로는 저임금 해소와 소득재분배 개선이란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실제 상공회의소 최근 조사를 보면 월 100만원 미만 가계 가운데 올 하반기 소비를 늘리겠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서민 소득 감소가 기업에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현행 비정규직법의 올 7월 1일 시행을 놓고서 지난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실업자가 대량 발생될 수밖에 없다는 여당과 시행유예기간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끝내 결렬됐다. 그러나 이 논란을 보노라면,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문제해결 보다는 유예에만 매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기독교의 성경은 야고보서 1장 27절에서 하나님 아버지께서 보시기에 깨끗하고 흠이 없는 경건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아들과 과부들을 돌보아 주고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한다. 또 출애굽기 22장에서는 고아나 과부와 같은 무력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실천을 ‘경건의 이름’으로 명령하며 권고한다. 성경은 높은 곳에 있는 자들이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을, 힘 있는 자들이 무력한 자들을 돌보아야 함을 누차 말하며, 그것이 참 신앙이요 참 경건임을 말씀한다. 이것이 바로 높은 곳의 하나님이 낮은 곳인 이 땅 위로 인간을 사랑하기에 직접 오셔서 십자가 위에 달리신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이를 잘 아는 인물이다. 물은 높은 곳에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함을. 그의 재산은 2008년 10월 기준으로 580억 달러인데, 그는 재산의 80%를 빌게이츠 자선재단에 기증할 예정이다. 15년 친구인 빌게이츠의 자선재단에 기증하는 이유도 역시 투자가답다. 아들이 운영하는 자선재단과 빌 게이츠 자선재단을 비교해보니 빌게이츠 재단이 훨씬 더 효율적인 운용을 할 것으로 판단됐기에 빌게이츠 재단에 기증한단다. 이 정도는 돼야 투자가 아닐까? 자선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은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있다면 자본의 사회환원이라고. 그래서 그들은 자선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이들은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땅 위의 많은 사람들은 쌓아 놓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결국 그것은 가진 자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상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소유욕을 극대화시킨 사회 아닌가? 이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또한 자본주의 사회의 깊어가는 주름살이다. 이를 치유할 방법은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본의 물이, 사랑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나는 높은 자인가? 물을 흐르게 하자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남상훈 전국장로회연합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서울공항 봉인 해제에 일대 부동산 들썩… 최대 수혜단지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눈길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삼대가 함께 떠나고 싶다면, 푸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