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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K-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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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K-다이어트
  • 전민일보
  • 승인 2023.12.0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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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김치를 참 싫어했다. 맛도 없었고 영양가도 없는 풀때기를 먹는 어른들이 이해가 안 갔다. 반면 고기를 좋아했고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먹을 정도였다. 커서 카투사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니 미군 식당은 천국과 같았다. 스테이크 같은 다양한 고기 요리를 마음껏 원 없이 먹었다. 인근 부대에서 근무하던 한동현 사촌형이 면회 와서 카투사 스낵바에서 한턱 쏘려고 했다. 나는 왜 맛없는 한식을 먹느냐며 미군 식당을 고집했다.

부대 내에 불량스러운 흑인 병사들이 있었다. 신병인 나에게 김치는 변냄새가 난다며 놀렸지만 아무런 대꾸도 못 했다. 엄청난 모욕감에도 거대한 체구의 흑인에게 주눅이 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간혹 김치를 즐기는 미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미군은 강렬한 냄새 때문에 혐오했다. 그들은 라면도 면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의 일본 제품을 좋아했다. 한국 라면은 면도 거칠고 너무 매워 대부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워낙 고기를 좋아해서 소련과 러시아에서 10년 유학 중에도 먹는 것에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포유류 중 유독 인간만이 온갖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은 직립보행의 치명적인 부작용 때문이다. 인간만의 특징인 직립보행으로 과호흡, 과식, 수면 부족이라는 3대 질병 원인으로 이어진다.

한국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날씬하다. 그리고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치고 최장수 국가가 된다. 한국인이 건강한 것은 사실 미스터리다. 한국인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수면의 질이 매우 낮다.

‘빨리빨리 문화’로 인한 수면 부족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한국인’이 된 것은 단언컨대 김치 덕분이다. 야채가 몸에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채는 맛이 없다. 더구나 영양소 흡수율도 낮아 보잘것 없는 풀때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은 인간에게 발효라는 선물을 주었다. 발효는 박테리아·효모·곰팡이 등의 미생물이 식품을 먹기 좋게 분해하고 변환한다. 이를 통해 식품에 독특한 맛과 향을 더한다. 김치, 사우어크라우트, 낫토, 치즈, 요구르트, 템페 등의 발효식품은 인류에게 축복이나 다름없다. 그중에서 김치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지금 미국에서 김치 열풍이 일고 있다. 유명한 의사나 과학자들은 책, 팟캐스트, TV, 라디오, 유튜브 등을 통해 김치의 효능과 맛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 미국인의 건강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의 70%가 과체중 및 비만이고, 건강수명이 오히려 단축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한국인의 김치를 구세주로 여기고 있다.

단 한 가지 문제는 김치가 점차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맵고 짜고 달고 자극적으로 변하면서 본연의 영양학적 가치를 손상하고 있다. 필자는 동치미나 물김치를 저염으로 만들어 반찬이 아닌, 아예 밥처럼 먹고 있다. 세계 각지의 사우어크라우트, 낫토, 티벳버섯유산균, 템페, 쌀누룩 발효음료 등 발효음식을 직접 만들어 주식으로 먹는다. 네로 황제, 진시황, 일론 머스크의 식탁보다 더 훌륭한 불로장생의 진수성찬이다.

세상의 발효식품 중에서도 김치가 단연 최고인 까닭은 바로 무한한 다양성에 있다. 거의 모든 야채로 만드는 김치는 다양한 미생물로 각종 영양소, 비타민, 미네랄 등을 생성한다. 덕분에 인체의 장은 건강해질 수 있다.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은 95%, 면역세포는 70%가 장에서 생성된다. 장은 생물 중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기관이다. 생물 기관에서 가장 먼저 진화한 것이 입과 장이다. 김치로 장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인간이 행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지금 전 세계인이 김치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치의 세계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김치 덕분에 전 세계인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더욱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김치를 혐오하던 흑인 병사도 지금쯤은 김치를 담가 먹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 프랑스 미식가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말이다.

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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