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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 후, 이 땅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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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 후, 이 땅엔
  • 전민일보
  • 승인 2023.12.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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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523년, 이 땅 명문인 펫말루(Petmalu) 대학 응웨이 교수는 논문 한편을 발표한다. ‘원주민, 한민족(韓民族)은 어떻게 소멸해 갔는 가’ 5백년후에도 한민족(韓民族)은 원주민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은 유지하겠지만 더이상 이 땅의 주인은 아닐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소멸에 대한 분석은 넘쳐난다. 굳이 더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현상의 근저에 자리한 한국인의 모습을 냉철히 살펴보고 후일 원주민으로 살아갈 후손(?)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을 생각해볼때다.

로마가 멸망한 이유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출산율 저하다. 복지가 안 되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의 공허함은 이미 오래 전 증명이 되었다. 농경 시대 결혼과 출산은 당위에 앞서 생존 문제였다. 특히 여성이 미혼으로 남는 다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는 행위였다.

세상이 달라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이른바 한국 Z세대 대학진학률이 남성은 65%, 여성은 70%를 넘었다. 지구상에 대학이 생긴 이래 없었던 수치다.

독일인의 대학 진학률이 30%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한국에선 누가 페인트공이 되고 배관공을 하나요?’

최고급 차를 상징하는 롤스로이스 판매량이 일본과 거의 차이가 없는 한국. 세계 7위라는 명품시장 규모를 국민 1인당 소비로 계산해 보면 단연 세계 1위라고 한다.

한국인은 출산과 양육을 감당하기엔 너무나 어리석지 않은 특성을 획득했다. 출산과 양육은 자신의 삶에 대한 희생과 후대에 대한 의무감이 없으면 감당하기에 버거운 일이다. 한국인은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명품을 소비하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자녀는 그 자체로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개인의 삶이 무엇보다 중요한 오늘날 그것을 부정하고 되돌릴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소멸하는 대한민국 이후의 세상을 대비해야 한다. 이민청을 설립해서 이민을 받으면 된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민자로 출발한 미국이 미래 한국 모습이 되길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어떤 이는 중국은 물론 태국이나 베트남, 미얀마도 다민족 국가라고 말한다. 그 나라들은 오랜 시간 역사적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정착한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족(漢族), 태국은 타이족, 베트남은 비엣족 그리고 미얀마는 버마족의 나라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미래 한국의 모습은 그들과는 다른 거의 유일한 모습으로 가고 있다. 이상황이라면 다민족 국가에서 한민족(韓民族)은 구성원의 일부가 되는 것은 물론 소수가 되는 것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한민족의 나라임을 뜻하는 한국이라는 국호 변경부터 논의가 될 것이다. 국어에 대한 정의는 물론 공용어에 대한 논의도 비켜갈 수 없다.

역사해석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한 단군 신화는 다양성을 부정하고 국민의 단합을 저해하며 인종주의적 편견을 조장한다는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논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극단적인 차이보다 훨씬 더 크고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의 양상도 아파트 정문을 주변의 다른 주민들과 공유할 수 없다거나 혐오시설(?) 설치를 놓고 벌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유럽 이민자들이 격분하는 모습은 물론 레바논과 같은 형태의 사회구성변화가 초래한 결과에도 대비해야 한다. 홀연히 사라진 인더스 문명의 주체처럼 5백년 후 이 땅의 주인은 우리 후손은 아닐 것이다.

원주민이라는 서글픈 이름으로 남게 될 후손들에게 지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서서히 올라가는 냄비의 온도에서 죽어가는 개구리의 처지가 오늘 우리 모습이기에.

“현명하다면 결혼생활의 불편함, 출산이라는 위험천만한 노고, 양육의 번거로움과 고통을 알고 있음에도 누가 결혼할 것인가?”

응웨이 교수 논문은 아마도 에라스무스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맺게 될 것이다. “한강 문명을 꽃피운 한민족은 아이를 낳기엔 너무도 현명했다. 그들이 소멸한 이유다”

장상록 칼럼리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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