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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어도 안간다” 어르신들 경로당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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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어도 안간다” 어르신들 경로당 외면
  • 한민호 기자
  • 승인 2023.09.25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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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노년층 이용률33% 불과
나이대 안 맞고 텃새 심해 불편
프로그램 개선 등 활성화 모색
마음 둘 곳 없이 이곳 저곳으로 걷다 보면 하루가 유달리 느리게 흘러가는 노인들이 25일 전주시 한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백병배기자
마음 둘 곳 없이 이곳 저곳으로 걷다 보면 하루가 유달리 느리게 흘러가는 노인들이 25일 전주시 한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백병배기자

"경로당에 가면 나이대도 안 맞고 불편해요"

오는 10월 2일 노인의 날이 다가오는 가운데 노인들의 쉼터이자 놀이터인 노인 복지시설이 이른바 '젊은 노인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25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어르신 4명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일 이곳에 온다는 60대 박모 어르신은 오전엔 동년배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오후엔 낮술을 마시며 저녁 무렵 집으로 귀가하는 게 일상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경로당이나 노인 복지시설에 가본 적이 있지만 나이대도 안 맞고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텃새까지 부리니까 기분이 나빠서 다신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에서는 만 65세부터 노인으로 보지만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다. 70세만 돼도 경로당에 가는 게 불편하다"며 "경로당에는 통상 80~90세의 노인분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도 노인이라고 가봤자 이용하기에는 나이대도 안 맞고 괜히 가면 형님들 심부름이나 하니까 차라리 안 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서신동의 한 공원. 이곳 역시 한 무리의 노인들이 정자 난간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거나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모(68) 어르신은 "아침밥 먹고 공원에 나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동네를 배회하다 집에 들어가는 게 하루 일상이다"며 "살고 있는 아파트에 경로당이 있지만 다 80대지, 내 또래 친구들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노인 복지시설에는 60~90대의 다양한 연령이 모이면서 노인들 간의 갈등, 나이대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 진행 등을 이유로 젊은 노인들에게서는 경로당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도내 노인복지관은 27개소, 경로당은 6876개로 집계됐지만 이용을 기피하는 노인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에 거주하는 노년층 중 경로당 이용률은 33.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평균 이용 빈도는 2.8회, '계속해서 경로당을 이용을 하거나 향후 이용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46.8%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경로당을 찾는 이가 줄어들면서 보다 현실적인 노인 복지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내 한 사회복지 관계자는 "현직에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노인들'이 이제는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면서 고독감과 외로움에 자꾸만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며 "이들이 경로당이나 노인복지시설에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나이대 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전북도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현재 젊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경로당과 노인 복지시설에 대한 이용 활성화 방안에 대해 모색 중이다"며 "지역 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좀 더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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