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와도 어쩌겠어요. 콜 들어오면 가야죠"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만난 배달노동자 김모(29)씨의 말이다.
10일 오후 만난 김씨는 점심시간 배달을 위해 태풍으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도로를 달렸다고 한다.
그는 "비 오는 날은 누구라도 집 밖으로 나오기 싫잖아요. 저도 집에 있고 싶죠. 근데 어떡하겠어요. 배달 일의 특성상 비오는 날에는 일하기가 너무 힘들어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비 오는 날에는 배달대행사에서 막아줬으면 싶은데 배달을 시키는 사람들이 또 있으니까 안 갈 수도 없고 난감해요"라며 "'생업이니까 해야지'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됐으면 합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배달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배달노동자 안전을 위해 태풍 카눈 상륙 시 배달플랫폼사와 배달대행사는 배달앱 운영 및 배달서비스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노조에 따르면 배달플랫폼사 및 배달대행사는 '소속 라이더에게 위험이 예상되니, 대비하라' 정도의 안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는 위험에 대비하는 방식이 개별 라이더에게 맡기는 방식이고, 근본적 대책이 아니다"라며 "중대한 위험이 발생 시 배달앱을 중단하거나, 배달을 하지 않겠다는 사측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배달의민족과 2023년에 맺은 단체협약 21조 2항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보상보호법에서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태풍, 폭설, 폭우 등 중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배달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며 "날씨로 인한 중대한 위험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배달의민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배달플랫폼사와 대행사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배달플랫폼사와 배달대행사가 태풍 카누의 위험에 라이더의 안전을 최우선 해야 해야한다"며 "라이더에게 개별적인 조심하라는 문자가 아닌, 배달앱을 중단하고 중단된 시간만큼 소속 라이더에게 보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고용보험을 내는 플랫폼노동자에게 정부가 고용보험으로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