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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인의 일상과 우리의 그것은 얼마나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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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르인의 일상과 우리의 그것은 얼마나 다른가?
  • 전민일보
  • 승인 2023.08.02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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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조인 해초공 할아버지와 전의 이씨 할머니의 삶은 나의 그것과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의문은 계속된다. 파르테논을 건축한 페리클레스 시대 그리스인과 현재 한국인의 삶은 또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오래 전 살았던 사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함에도 우리는 불과한 세대 앞을 살아간 사람에 대해서도 편견을 가진다. 그것은 앞선 사람이 뒷세대를 보는 것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지식과 그에 기반한 산물은 여러 형태의 집단지성이 축적된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다른 측면에서 후대인에게 창의성의 고통을 배가시킨다. 셰익스피어의 공공연한 표절(?)은 당대엔 미덕이기까지 했다. 그러한 행위가 없어서 오늘 햄릿을 알지 못한다 해도 우리네 사는 것엔 문제가 없겠지만 후대 누군가에게서 나왔을지 모를 창의성은 이미 소진되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쇼팽이 정작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악상(樂想)을 먼저 구현한 사람들이 야속할 따름이었다.

586세대에게 칼 마르크스는 신(神)이었다. 한 선배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설명했다. 그가 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친구가 얼마전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오늘 기준에서 보면 표절로 얼룩진 너덜너덜한 책이다. 마르크스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비롯해 앞선 수많은 학자들의 업적을 가로챘다”

마르크스로서는 이런 시각이 무척이나 서운할 것이다. 어쩌면 그는 학자로서는 좋은 시대(?)를 살다 간 사람인지 모른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마저도 표절의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한 그 모든 것의 대부분은 앞선 사람이 이미 발을 디딘 곳에 존재한다.

“보석상은 밤새 허리를 구부리고 구슬을 꿰어야 하고, 이발사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데다 고객을 찾느라 항상 돌아다녀야 해.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흙투성이가 되고, 벽돌공은 오물을 만져야 한단다. (중략)하지만 공무원만큼은 이런 괴로움이 없을뿐더러 가난에 시달릴 일도 없다. 내가 좋은 공무원 학원을 알아봐 놨으니, 공부 열심히 해서 꼭 공무원이 되거라”

직장이 없는 아들을 걱정하며 노량진 공무원 학원 수강신청 해놨으니 가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평범한 아버지의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말은 기원전 2000년 경 이집트의 두아케티가 아들인 페피에게 한 얘기다. 나는 파피루스나 점토판에 기록한 상형문자나 쐐기문자를 해독할 수 없다.

놀라운 천재성을 발휘해 그것을 해독하고 기록한 분들의 위업을 확인한 결과일 뿐이다.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점토판에 나온 아버지의 탄식은 또 어떠한가?

“제발 철 좀 들어라. 공공장소에서 서성거리거나 길에서 배회하지 마라. 선생님 앞에서 겸손하게 굴고 공경해라. 네가 선생님을 공경해야 선생님도 널 좋아하실 거다. (중략)내가 너 때문에 밤낮으로 속에 천불이 난다. 넌 허구헌날 쾌락에 빠져 있다. 친척들은 네가 잘못되기만을 바라고 정말 그렇게 되면 즐거워 할게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 주식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실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말하는 사람의 입에서 주식으로 돈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싶어 한다. 그 심리의 기저는 수메르 아버지가 바라본 친척들의 모습에서 한 뼘도 벗어나 있지 않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은 이미 수메르 시대부터 있던 일인 것이다.

내가 앞선 사람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심판할 수 있는 영역이 남아있기는 한 걸까?

“대장균에서 사실인 것은 코끼리에서도 사실이다”는 자크 모노(Jacque Monod)의 말은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의 범위를 더욱 넓혀준다. 오늘 나는 앞선 시대 인류의 그 모든 것에서 비롯했을 뿐 아니라 단세포 미생물의 위대한 도전과 성취에 힘입어 존재할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파피루스와 점토판에 기록한 일상은 오늘 우리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내가 쓴 이 글조차 그들의 위업에 작은 티끌하나 더했을 뿐이다.

장상록 칼럼리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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