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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의미있는 숫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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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의미있는 숫자도 있다
  • 전민일보
  • 승인 2023.03.30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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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운영하고 있는 책방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5천명이 다 되어가는 것을 보고 무언가 이벤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천 번째 팔로워에게 선물을 드립니다’라고 공지를 올려서 커피 쿠폰이라도 나눠볼까 한 것이다. 빨리 ‘5,000’이라는 숫자를 보고 싶었다.

돈을 주고 팔로워 수를 늘리는 SNS광고들도 있지만, 그런 것 한 번 해 본 적 없이 만들어진 5000명에 가까운 인스타그램 친구들은 책방이 지내 온 6년 여의 시간 동안 이뤄진 것이기에 의미가 컸다. 헌데 막상 이벤트를 하려니, 내가 왜 숫자에 이렇게 연연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하려던 이벤트를 멈추었다. 물론 숫자는 중요하다.

유튜버가 구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항상 마지막 인사를 “좋아요와 구독 신청 부탁드려요”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숫자로 파악된다. 구독자 수를 통해 인기순위가 매겨지고, ‘좋아요’숫자를 통해 신뢰가 오고 간다.

특히 장사를 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재무재표를 나타내는 ‘숫자’는 지금의 상황이 잘 되고 있느냐, 망해가고 있느냐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실적을 나타내는 숫자는 일에 있어서 앞으로의 방향, 전략, 가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 중요한 숫자들 틈에서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요즘, 나는 가끔 다른 숫자들을 만나곤 한다. 우리에게는 꼭 다수여야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나는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다. 대전서점대전에서 온라인마케팅에 대한 강연을 부탁받고 내가 연사로 나섰을 때, 온라인 SNS를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팔로워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강조한 것은 ‘100명의 팔로워보다 1명의 찐팬’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내실 있고 진정성 있는 팬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놓고선 어느새 나 역시 팔로워 수에 유혹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보여지는 숫자의 유혹은 늘 강력했다. 숫자는 데이터이고, 그 데이터에 의해 우리는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책방이라는 자영업이 고민하는 매출의 숫자, 하루에 방문하는 고객의 숫자, 더 넓게는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는 독자의 숫자,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의 숫자 등이 현재를 지탱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숫자들 틈에서 유혹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매일의 숫자들에 기쁨과 한숨이 교차하는 장사는 더욱이 그럴 수 밖에.

그럼에도 우리의 삶이 모든 숫자의 크기로만 측정될 수 없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작지만 귀한 숫자에 대한 이야기.

가끔 책방에서 문화행사를 진행할 때 다수가 아닌 소수가 누리는 감동의 시간을 경험하곤 한다. 모인 사람의 숫자가 적을 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알게 된다든지, 집중되는 분위기에 초대된 강연자가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든지 그런 점이다.

또한, 동네책방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이용하지는 않지만, 방문객들의 대부분이 동네책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착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줄 서 있는 카페나 수 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SNS 인플루언서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특별한 소수만이 느낀다는 점이다.

작은 동네가게를 오가는 소수의 단골들, 작은 학교에서 자라고 있는 소수의 아이들, 작은 도시에서도 큰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 청년들까지.... 우리가 큰 숫자에만 주목하지 말고, 작은 숫자에 의미를 두고 무언가 투자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재무재표의 상승곡선도 중요하지만, 느리게 성장하는 느린 숫자에도 주목할 줄 아는 사회,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숫자가 존재하니까 말이다. 숫자를 이기는 것도 숫자다. 대신 숫자의 의미가 다르다. 감동의 숫자, 지속하는 숫자, 기다리는 숫자, 기억하는 숫자, 사랑하는 숫자, 애쓰는 숫자...

특히나 숫자 가지고 장난치는 정치인들과 부패한 기업인들 사이에서 이런 숫자를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작지만 가치있는 숫자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어서 오늘도 나는 하루의 시간에 ‘지속하는 숫자’를 더 보태어본다.

이지선 잘익은 언어들 대표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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