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무엇보다 여론주도층을 비롯한 지역 민심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다. 전주 덕진 예비 후보들도 중앙무대에서 싸워야 할 정동영이 안방에서 정치재개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보고 있다. 도내 민주당 의원들과 당에서도 정 전 장관의 출마설에 대해 부정적 흐름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정 대표측 386 인사들과 비호남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호남 이미지를 고착시켜 수도권을 필두로 한 비호남권의 지지층 확산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동영·손학규 등 스타급 지도자들이 당을 떠나 있는 사이에 대선 후보군으로 급부상한 정세균 대표가 정 전 장관 정치 복귀에 견제의식을 가지고 당내 출마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 출마 여부를 놓고 민주당이 권력 지형 재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민주당 내부는 ‘丁(정세균)鄭(정동영) 전쟁’의 대리 전선이 가파르게 형성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란 명분과 실리가 있어야 한다. 정 전 장관은 현재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동작을에 출마할 때 동작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를 뒤집고 전주 덕진에서 당선되어 원내로 진출하게 되면 다음 대선에서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없다. 왜냐면 안방에서 당선돼봤자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대의명분이 안 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에서 공천을 안주는데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전주가 민주당의 텃밭이고 그를 큰 인물로 키워낸 고장임을 감안하면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이 되는 건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때론 어려운 길을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설령 그 길에서 패해도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500만표 차이로 참패했다. 그가 당시 획기적인 대안을 펼쳐보였다면, 아무리 상황이 어려웠어도 이렇게까지 참혹하게 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대선 참패 책임론이 가라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 전 장관의 출마는 때가 아니라고 본다. 만약 그가 출마를 고집하고 당에서 그를 공천하려면 재선거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 공천해서 그곳에서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한판 붙을 것을 주문한다. 지도부가 공천 원칙을 포함해 재보선 전략을 빨리 마련하는 것도 정 전 장관 출마설의 불필요한 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재보선의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그러므로 4월 재보선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면에서 정동영, 손학규, 김근태 등 거물급 정치인들을 4·29 재보선에 개혁 공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동영 전 장관은 향후 지역발전과 민주당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안일한 선택을 할 경우 전주 시민과 민주당,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다. 만약 정 전 장관이 차기 대선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 지방정치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수도권에서 출마하는 게 옳다고 본다. 그래야 민주당도 지역의 한계를 벗는데 도움이 된다. 손쉬운 길을 가려 한다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수도권에서 패하더라도 명분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건, 과거 10년간의 집권에서 부족했던 점을 냉철히 반성하고 한나라당과는 다른 실질적인 정책 대안으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대안이 있는 정책정당으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신영규 / 수필가·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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