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맑고 깊은 코발트 빛 하늘에 마음을 빼앗긴다.
가을빛에 끌리어 태조로를 향한 나......
“와아~!”
“은행잎 비가 내린다!”
하마비(下馬碑) 옆에서 사선으로 수직으로 노랗게 노랗게 은행잎 비가 내린다. 신분의 귀천이 사라진 지금, 경제니 정치니 힘든 속세의 나를 버리고 옛 시간 속으로 회귀해 보자.
단청의 오방색 중 붉은색을 칠한 홍살문을 지나 전각으로, 침실 앞에서 잠시....
어진이 임금인 것처럼 어진 모신 장소를 침실이라 칭했던 이씨 조선의 권위를 느끼며, 당시 25점이나 그려졌다는데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태조 어진의 당당한 기운을 받는다.
두 마리의 거북이 상징물에 나도 경기전의 장수를 빈다.
노란 은행잎 떨구고 온 그 바람을 폐부 깊숙이 담으며 가지런히 놓인 포석을 밟고 무심코 지나쳤던 홍살문을 되돌아 나오며 사악한 마음을 경계하고 물리친다.
대숲을 지나 봄에 향기 진동했던 연륜 느껴지는 자태 고고한 매화가 보인다. 은행 잎사귀를 밟으며 연신 이어지는 생각들......
세월과 함께 소멸한 웅장함이 못내 아쉽지만 오히려 나는 지금 이대로의 소박한 모습의 경기전을 걸으며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노란 잎사귀로 아름드리 몸통 감추고 우수수 내리는 은행잎 비에 지친 맘 달래며 내 몸통과 맘속에서도 냉정과 열정이 교감한다.
끊임없이 전주를, 한옥마을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의 원천인 경기전이 있는 아름다운 태조로를 걸으며 행복하다.
약령제축제가 열리는 태조로에서는 조만간 23일이면 태조어진 환안제가 경기전 뜨락에서 열리고 천년 전주 맛 축제가 다음 달 초하루부터 시작된다.
가장 한국적 도시 전주는 문향으로 가득하다. 가을은 온통 축제이다.
“와아~!”
“은행잎 비가 노랗게 노랗게 내린다!”
김 남 규 /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