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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포기는 한국의 미래와 정치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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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포기는 한국의 미래와 정치의 포기
  • 윤동길
  • 승인 2007.12.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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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임성진 교수(전주대 사회과학부)
 17대 대통령선거가 드디어 오늘로 다가 왔다. 어느 주한 외국대사는 선거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임기를 연장했다고 할 만큼 이번 대선에서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한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났다. 막판까지 증폭되고 있는 BBK의혹이나 집권여당의 몰락과 통합 등 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처럼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선거전이 진행된 예도 드물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한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해왔음에 반해 다른 정치세력들은 이렇다 할 반전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독주 분위기가 선거판을 맥 빠지게 만든 것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전통적 대립도 사라지고 진실을 둘러싼 공방으로 혼란스러운 선거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이러한 선거분위기는 여기저기서 저조한 투표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한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부동층이 30%에 까지 이른다고 추정하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역전의 희망을 잃거나 또는 진부한 정치판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선거권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권의 포기는 어렵게 건설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여론조사는 소수를 대상으로 한 샘플조사일 뿐 그 자체가 곧 민의는 아닌데도 선거결과가 이미 나온 듯 섣불리 예상하고 선거권을 포기하는 것은 진짜 민심이 침묵 속에 묻혀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것이지만 그 결과는 또한 향후 한국정치의 새로운 판세를 그려주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선결과는 곧 이어질 총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특히 특검의 전개상황에 따라 어떠한 정치적 변화가 이어질지 모르는 지금으로선 더더욱 그렇다. 이번 대선이 결코 내가 뽑을 대통령이 없다거나 찍어봐야 소용없다는 식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해야할지 그 방향을 제시할 중요한 단서가 선거를 통해서 제시 되는 것이다.  선거는 또한 그 자체만으로도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함부로 포기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선거는 정치권력의 담당자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정권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하고 있으며, 또한 국민들이 많은 시간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확실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투표 외에 정치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찌 보면 우리는 당연히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투표권이 지닌 소중함을 망각하기 쉬운지도 모른다. 선거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 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형태로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참정권을 얻은 것은 생각보다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민주주의 선거를 가장 먼저 실시한 영국에서 조차 1885년에야 모든 남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졌으며, 여성이 선거권을 얻은 것은 1928년이고, 1인 1표제가 확립된 것도 겨우 1950년이었다. 참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대가를 치르며 어렵게 얻어낸 권리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로서 국가를 형성하는 생물체라고 말했다. 

정치적 변동과 그 수준은 결국 국민의 선택이다. 참정권조차 포기하고 권력구조의 형성을 남에게 맡겨버리는 국민들에게 주어질 정치수준은 너무도 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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