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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가족 생각하며 견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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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가족 생각하며 견디죠"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8.07.27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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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맞서 싸우는 근로자들...땡볕에도 묵묵히 맡은 일 최선
▲ 26일 전북대학교 앞 공사현장에서 폭염 속 근로자가 땅고르기 작업에 서두르고 있다.

 “더워도 어떡해요...가족들 생각하면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 하죠”

 
전북지역에 18일째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말 그대로 ‘살인 더위’가 주춤하는 기세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바깥에서 일을 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26일 오전 전주시의 한 대형 아파트단지에는 커다란 택배·우체국차량이 이곳저곳 세워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상자를 들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택배기사 황모(35)씨의 등은 고된 노동의 흔적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잠시 후 택배를 주문자에게 전달하고 다시 차량으로 돌아온 황씨는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닦아냈다. 다른 한 손에는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듯 시원해 보이는 콜라 한 캔이 들려있었다.
 
황씨는 “더위로 안 힘든 사람 없겠지만 우리 같이 밖에서 몸 쓰는 게 직업인 사람들은 요즘 정말 죽을 맛이다. 이런 대단지 아파트는 그나마 그늘도 있고 한데, 땡볕에서 무거운 물품 들고 배달지 헤매고 이런 분들도 허다하다”며 “그래도 요새 고객들이 택배기사들 고생하는 거 알고 이렇게 시원한 음료수나 얼음팩 같은걸 준비해주시는 분들도 있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진짜 너무 덥고 힘든데 핸드폰 배경화면에 있는 딸내미 사진 보면 쉴 수가 없다”면서 “일자리가 없어서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그래도 집에 생활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전주시 덕진구의 한 공사현장은 크고 작은 중장비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등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열댓 명의 현장 근로자들은 구름 한 점 없이 쏟아지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자신이 맡은 일에 열중했다. 
 
그나마 작업 중인 소형 굴착기 위로는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햇빛가리개가 있었지만 뜨겁다 못해 따가울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막기엔 턱없이 작아 무용지물이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굴착기 옆에서 ‘네기(평탄화 작업용 기구)’를 들고 땅을 고르게 펴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는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서 이미 땀범벅이 된 채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공사 현장을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는 안전요원들 역시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이리저리 손짓을 하며 안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통행차량은 이들의 수신호에 맞춰 현장을 우회하거나 더운 열기와 매연을 뿜어내며 통과하기도 했다. 
 
몇몇 근로자들은 더위에 지쳐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잠시나마 열기를 식히기 위해 현장 옆에 생긴 그늘 아래로 들어갔다. 비록 앉을 곳 하나 없는 그늘이지만 챙이 넓은 작업용 모자가 그들의 손에서 부채로 변하자 어느새 작은 미소가 하나 둘 번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정부가 열사병 발생 사업장 작업중지 등을 통해 폭염으로 인한 야외근로자의 피해를 막겠다고 예고하고 나섰지만 실제 현장 곳곳에선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면서 “폭염으로 일이 중단되면 결국 근로자의 금전적 손해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폭염으로 인해 근로자가 반나절만 일을 하고 퇴근하게 된다면 출퇴근을 위한 교통비 등의 지출은 똑같이 나가는데 손에 쥐는 임금은 적어져 하루 벌고 하루 먹고 사는 근로자의 삶은 피폐해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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