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전 재경부장관이 지난달 31일 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이다.
강 전 장관은 헌정사상 첫 호남정권인 김대중 정부에서 IMF를 극복하는 경제 사령탑으로 활동한 경제 전문가였다.
강 전 장관은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1998년 2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에서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및 재정경제부장관으로 활동하면서 단기간에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하는 경제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강 전 장관은 IMF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 부문 구조조정 계획의 수립과 실행에 앞장섰다.
그는 지난 2002년 강현욱 당시 국회의원이 전북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자, 보궐 선거 후보로 나서서 제16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에서 활동했다.
그는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후보의 경제 공약을 주도하는 등 당내 경제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했으며, 정책위의장과 전북도당위원장도 역임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호남권 물갈이 등으로 공천을 배제하자 정계를 은퇴하고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제 원로로서 경제 자문활동을 하다가 지난해 실시된 제20대 총선에 앞서 새누리당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잠시 정계에 복귀했었다.
총선 이후에는 대한석유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군산대 석좌교수,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대한 대안을 전파하기 위한 모임인 건전재정포럼의 대표를 맡는 등 경제 원로로 활동했다.
3년 전부터 암투병 중이었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외환위기 당시 경제 수장들의 기록인 '코리안 미러클4' 발간 보고회에 참석해 우리 경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몇 년 전만 해도 경제발전과 정치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라고 자처했지만, ‘코리안 미러클’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가 쑥스러운 느낌마저 든다”고 우려하면서 “(탄핵사태와 관련)정치적 안정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 정치적 불확실성만 제거하면 예전의 잠재력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조언했다.
‘코리안 미러클 4 :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는 1997년 외환위기 전후의 어려움과 극복과정을 당시 경제수장들의 증언을 통해 전한 육성 기록물이다. 강 전 장관은 건강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한 경험 등이 오늘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편찬위원장을 기꺼이 맡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군산출신인 강 전 장관은 고창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을 하다가 서울대에 진학, 행정고등고시에 합격, 경제 관료가 되었으며, 유족으로는 부인 서혜원씨(71)와 아들 문선씨(43), 딸 보영씨(42)가 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월3일 오전, 장지는 고향인 전북 군산 가족묘지다. /서울=김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