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00:13 (일)
가모장 시대는 오는가
상태바
가모장 시대는 오는가
  • 전민일보
  • 승인 2016.06.01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이 가족의 생계 책임을 맡고 있는 여성 가구주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16.6%에 그쳤는데, 지난해에 28.4%를 기록했고 2030년에는 34%로 증가할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하고 있다.

작가 해나 로진은 《남자의 종말》이란 책 마지막 장에서 한국 사회를 그리고 있다. 한국은 남녀의 역할이 가장 빠르게 변하는 국가다. 교육 지상주의 사회에서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이 늘었고, 젊은 여성들이 경제권을 가지면서 사회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로진은 여성이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여성의 뛰어난 ‘사회적 지능’을 제시한다. 인간관계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사회적 지능 덕분에 경제적 주도권이 없는 여성에게도 가모장(家母長)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가모장제란 가정 내 모든 결정권자와 권력의 주인이 여성인 상태를 말한다.

여자들이 일자리를 몽땅 차지해버렸다고 울부짖는 남자들, 아이들에게 더이상 존경받지 못하는 아빠들, 가정의 중요한 결정을 아내에게 미루는 남자들은 가모장제를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자들은 새로운 역할을 열정적으로 떠맡은 반면, 남자들은 주저하며 새 역할을 맡는다.

이렇듯 모든 일을 해결하는 여자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은 가모장 사회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 살 연하 남편과 결혼한 최 모(34)씨는 “경력, 저축, 월급 등 모든게 나보다 적은 남편을 대신해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레 집안의 주도권을 갖게 됐다. 두 사람 수입도 내가 다 관리한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모(34)씨는 사내 커플이었던 남자친구와 결혼하면 외벌이를 하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결혼하면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 키우며 살림을 하겠다. 그게 더 적성에 맞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남자의 종말》은 한국 사회에서 가사를 전담하는 남성이 15만6천명이나 되고, 여성이 대학 진학과 각종 고시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데도 대다수 한국 남성들은 아직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가부장 시대 아내에게 큰소리치지 못하고 살아온 내가 앞으로 다가올 가모장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그 시대를 향하면서 남녀의 위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하다. 가모장시대가 오는 것을 유예하는 길은 남성들의 각성뿐이다.

앞으로는 많은 남자 직장인들이 여성 상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가모장 가정에서 성장한 남자가 오히려 그런 직장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우리나라는 좋든 싫든 가모장제의 방향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가부장제는 역사의 화석으로 남을지 모른다.

자칫 원시의 모계사회로까지 회귀하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의 가정제도가 정착될지 모르겠다. 또는 1인 가족이 증가하면서 가부장, 가모장의 의미가 사라질지 누가 알겠는가. 과도기에 처한 가정을 부부가 잘 협의하여 이끌어가는 게 좋을 텐데, 내가 괜한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현준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