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전주시에 사는 김모(여·35)씨는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 여행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땀을 흘렸다. 필리핀 입국에 ‘영문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영문 서류’를 만들어 놓았지만 최근 아이가 태어나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과거에는 동사무소에서 한글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 받은 뒤 영문으로 번역한 뒤 이를 가지고 공증사무실에서 공증을 받으면 끝났다.
그런데 지난 2013년 관련법이 바뀌면서 절차가 복잡해졌다. 한글문서를 영어로 번역한 경우 번역한 사람의 언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가 있어야 했다. 게다가 번역한 사람의 도장이 찍힌 다른 문서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김씨는 주변 번역사무실에서 1만원을 주고 번역을 맡긴 뒤 다시 2만5000원을 주고 공증을 받아 ‘영문 가족관계증명서’를 만들었다.
김씨는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와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의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는 유독 ‘영문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며 “영문 서류 공증을 위해 동사무소에서 한글 서류를 발급받은 뒤 다시 번역사무실에 들려 번역을 하고, 공증사무실까지 들려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등록 등·초본은 동사무소 등에서 여권이름 기준으로 영문 서류를 바로 발급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가족관계증명서는 왜 영문발급이 되지 않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과 주민등록등·초본 관련 업무를 주관하고 있지만 가족관계증명서는 법무부 주관으로 행자부는 단순 발급사무만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영문 표기하는 방법이 달라 이에 대한 통일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실제 지난해 12월에도 관련 논의를 했지만 성에 대한 영문표기가 서로 달라 국가에서 발급하는 문서의 공신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관계증명서의 영문 발급과 관련해 관련부서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최홍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