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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200일, 애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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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200일, 애도에 대하여
  • 전민일보
  • 승인 2014.10.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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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11월의 첫날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00일이 되는 날이다. 참사 이후로 정부를 비롯한 곳곳에서 이제는 그만 슬픔에서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며 다시 일상으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참사 200일을 맞으며 정작 우리가 질문해야 하는 것은 ‘정말 애도를 멈춰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애도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 것일까’이다.

망자에 대해 슬픔을 표현하는 일인 애도(哀悼).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애도는 죽음 이외 개인이나 사회에게 있어 어떠한 상실을 슬퍼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애도의 대부분은 상실에 대하여 조용히 슬퍼하는 정적인 행위로 비춰지고는 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애도의 내용과 형식을 ‘조용히 슬퍼함’에 묶어두려는 태도를 주로 보여 왔었다.

분향소로 향하는 추모 행렬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도 참사에 대한 정부의 말을 듣고자 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발걸음과 목소리를 제지하는 태도가 그 대표적인 일이다.

정부만이 아니었다. 참사 앞에 엄숙하고 비통한 분위기로 슬퍼하는 일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메시지가 참으로 많았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며 침묵행진과 행동으로 나서며 걸었던 구호가 역설적으로 ‘가만히 있어라’였다는 점과 그러한 애도 행동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과 탄압은 정부 혹은 우리 사회의 일부에서 은연중에 강제하고 있던 애도의 양면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러나 애도는 과연 정적인 것일까. 그럴 수 없다. 상실은 정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상실의 원인을 파헤치고 원인에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바로잡는 동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애도는 슬픔을 표현하는 일을 넘어 상실을 어떻게 의미로 남기고 기억할 것인지를 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픔을 분리해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으로 통합하면서 상실 이후에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동하는 애도를 제약하고, 애도를 그저 슬픔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둠으로써 사라지는 것들은 무엇일까. 사고의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우리는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책임을 다할 기회, 사고의 의미를 성찰하고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를 함께 모색하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개인적 애도와 사회적 애도가 충분히 일어나고 ‘사고 이전과는 다른 사회, 다른 타인과의 관계’에서 살아갈 여지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월호 참사 앞에서 정적인 슬픔에만 머무른다면 그것은 온전한 애도일 수 없다. 그렇기에 시민들과 인권활동가들은 ‘애도는 동사(動詞)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나아가 충분한 애도의 시기를 거쳤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형식적이고 간접적 애도에 지친 이들보다도 크나큰 상실 속에서도 충분히 슬퍼하고 이후의 삶을 과정을 밝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피해 당사자들의 마음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애도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도 있고 짧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길고 짧음은 결국 국가가 참사에 대하여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에서 비롯될 것이다.

200일 동안 여전히 뭍으로 오지 못하는 분들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국가와 기성 정치의 모욕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위해 거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기에 행동하는 애도는 멈출 수 없다.

11월 1일, 서울에서 열릴 세월호 참사 200일 범국민 추모대회에 더 많은 행동하는 애도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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