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꿀벌 에이즈라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발병으로 초토화됐던 전북지역 토종벌 사육농가들이 최근 재기에 나섰으나 발병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2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도내 한봉(토종벌) 농가는 240호에서 5341군(1군 벌통 4개)을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낭충봉아부패병이 첫 발병하면서 1300여 농가, 13만5000군에 달했던 도내 한봉농가는 2년만인 지난 2011년 30여 농가, 300~400군으로 초토화 됐다.
불과 2년 사이에 도내 토종벌 한봉농가가 사실상 붕괴된 것이다. 당시에 전북 등 전국 한봉농가들은 재해인정과 치료제 개발 등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꿀벌 애벌레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병의 일종인 낭충봉아부패병은 중국·호주·태국 등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치료제와 백신 등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전염 경로조차 명확하지 않아 농가들은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수년간 키워온 꿀벌들의 집단폐사를 그대로 지켜봐야만 했다.
치료방법과 감염경로조차 불명확한 상황에서 유일한 예방법은 현재로선 이동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지만 토종벌은 가축과 달리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높지 않다.
꿀벌 낭충봉아부패병은 非살처분 대상이고 보상규정도 없어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파동이후 낭충봉아부패병은 간헐적으로 도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북도의 설명이다.
최근 한봉농가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토종벌 종족보존사업으로 집중적으로 펼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전북도는 올해에도 1억46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108군에 대한 토종벌 보존사업을 진행한 가운데 4년전과 비교할 때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 입장에서 또 다시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으로 초토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농가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만 의존해 재배규모를 늘려가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지난 2011년부터 토종벌 보존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도내 한봉농가에서 토종벌 사육규모를 늘려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치료제 개발과 재해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 농가에서 불안해하는 것도 사실이다”고 밝혔다.
한편 지구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 곤충을 매개로 수분하는 충매화의 80%가 꿀벌에 의존하고 있어 꿀벌이 멸종할 경우 인류의 생과도 직결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윤동길기자
2009년 창궐후 농가 초토화, 치료제 없어 불안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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