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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힘든 얼굴 가슴 아파 고향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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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힘든 얼굴 가슴 아파 고향 못가
  • 박상규 기자
  • 승인 2014.09.04 0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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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도 속으로만 끙끙

명절에는 집에 가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섭니다. 집에 가면 걷지 못하는 제가 움직이기엔 구조가 불편한데다 집이 2층에 있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야 올라갈 수 있습니다. 어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추석 연휴를 맞아 다들 고향에 내려가고 있지만, 부모님이 보고 싶어도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동암재활원에서 생활하는 52명의 지체장애인 중 25인은 명절이 다가와도 집을 찾지 않는다. 부모님과 형제, 누이가 보고 싶어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여 가족들이 불편해 할까 염려돼 고향에 가지 않을 계획이다.

추석연휴가 다가오는 3일 전주시 효자동 동암재활원에서 문옥수씨(58·지체장애1급)를 만났다.

문씨는 하체마비로 인해 걷지 못해 보행기가 없으면 기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부축을 받아 의자에 앉은 문씨는 “몸이 불편해서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발음이 좋지 않아 알아듣기 힘든 말에 하체마비, 손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지만 문씨는 자신의 워커 등을 직접 구상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한때 든든한 기둥으로써 힘든 일을 도맡아하시던 아버지마저 20년 전 돌아가시자 이제 문씨는 명절에도 집에 자주 갈 수 없다. “어머니는 기운이 없어 나를 부축하기 어렵다”는 문씨의 말에서 어머니를 향한 걱정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손으로 순창에 계시는 어머니 정봉례씨(88)에게 몇 년째 하루 1회 이상 이메일을 이용해 소식을 주고받으며 찾아뵙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문씨는 “지난 6월29일 국가의 지원으로 진동휠체어를 받게 됐다”면서 “혼자 외출을 할 수 있었던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문씨가 처음부터 장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5남2녀 중 5째로 태어난 문씨는 아버지와 함께 공업사 일을 해 철제 대문 등 여러 가지를 제작할 만큼 손재주도 제법 좋았다.

하지만 30대 초반 친구의 일을 돕다가 계단에 짐을 지고 올라가던 중 발을 헛딛었다. 이 때 머리를 다친 후 뇌손상으로 인해 하체마비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손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문씨가 겪은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죽고도 싶었지만 걱정하는 부모님을 생각해서 힘들어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문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문씨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내가 운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문씨는 어린 장애인들에게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용기를 내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지 말고 기운을 내 걸으라”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찾아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비장애인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무시하지 말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암재활원관계자는 “추석에 재활원에 남아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차례도 지내고 윳놀이, 노래자랑, 외식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5명의 직원들이 연휴에도 이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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