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를 위해 지원되는 ‘저상버스 구입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시내버스 업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덕진경찰서는 3일 전주 S여객 대표이사 한모씨(72·여)를 보조금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 4월 저상버스 6대 구입 보조금 명목으로 전주시로부터 받은 6억 300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한씨는 보조금을 시내버스 제조사에 입금한 뒤 할부계약으로 전환해 돌려받는 식으로 보조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이렇게 빼돌린 보조금을 직원 임금과 시내버스 가스 충전 대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씨는 지난 2011년(5대)과 지난해(3대)에도 같은 방법으로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가 유용한 보조금 총액은 무려 13억 9000만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매년 회계감사를 진행하면서도 4년이 넘도록 S여객의 보조금 유용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시 관계자는 “버스업체가 저상버스를 실제 구매했고 서류를 워낙 완벽하게 꾸며놓았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도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면서 “현행 회계시스템으로는 잡아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저상버스 보조금이 용도 외로 쓰일 경우 투명한 집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구입비용을 할부로 전환할 경우에는 할부이자로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해 회사에도 결국 손해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주시내 다른 버스회사들도 사정이 비슷할 것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버스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주체인 전주시에서도 진상을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저상버스 사업’은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해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0년부터 추진돼 왔다. 저상버스 1대의 가격은 보통 1억9700만원(2014년)이며, 지원되는 보조금은 이 중 절반인 1억68만원이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