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비닐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학교 담벼락에 휙휙 던져놓고 갑니다”
30일 찾은 전주시 중화산동 한 고등학교 옆 골목길. 이곳에 설치된 의류·소형가전제품수거함과 쓰레기분리수거대 옆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봉투들이 고양이, 개 등에 찢겨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또 형광등, 이불, 페인트 통 스티로폼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분리수거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유리병, 플라스틱, 페트병, 플라스틱필름포장지, 캔 등이 분명히 표기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인근에 사는 조인훈씨(88)는 “음식물쓰레기로 인해 파리가 날아다니고 벌레도 많이 꼬인다”면서 “바람이 불면 악취까지나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와서 수거를 하고 있지만 규정에 맞지 않는 쓰레기는 가져가지 않는 것 같다”면서 “여름인데 전염병이 돌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 전종선씨(62)는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에 학교가 있는 만큼 좀 더 자주 수거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좋은 취지로 설치한 쓰레기분리수거대가 도리어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장소’가 되고 있다.
전주시는 현재 420여개의 분리수거대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낙후된 수거대의 경우 매해 예산을 세워 교체하고 있다. 지난해 교체된 분리수거대는 53대로 올해도 1500만원의 예산을 세워 교체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 분리수거대 관리·철거요구 등의 문제로 민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 관계자는 “분리수거를 지키지 않고 수거대 인근에 음식물 쓰레기 등을 불법 투기하기 때문에 민원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쓰레기를 꼭 규격봉투나 음식물 수거함에 담아줄 것”을 강조했다.
완산구청 관계자는 “쓰레기를 가져가도 소각장에서 규격봉투가 아니면 차를 돌려보낸다”면서 “매립장 또한 매립용 봉투가 아니면 받지 않고 봉투에 깨진 유리나 도자기가 있으면 그것도 걸러 보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소감독관이 공공근로자 등과 함께 청소를 하고 있으나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매립용 쓰레기는 1주일에 두 번, 소각용 쓰레기는 1주일에 4번 수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름철을 맞아 불법쓰레기 단속 민원은 증가하고 있지만 덕진과 완산 단속 담당은 각각 1명뿐이다”면서 “단속 보다는 주민과 공무원 서로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상규기자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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