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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걷고 있습니다. 부디 모두 발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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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걷고 있습니다. 부디 모두 발견되길...”
  • 박상규 기자
  • 승인 2014.07.20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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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걷고 있습니다. 팽목항에 도착할때까지 모두가 발견 됐으면 하는 바람 뿐 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4시 40분께 김제시 죽산면 문학마을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 순례단’ 일행을 만났다.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선두에 선 유가족의 뒤에는 이들과 아픔을 함께하려는 도민 60여명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사람들은 문학마을에 도착하자 인도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가졌다.

십자가를 내려놓는 유가족들은 무척이나 힘겨워보였다.

검게 그을리고 수염이 듬성듬성 난 수척한 얼굴로 신발을 벗고 퉁퉁 붓고 상처투성이인 발을 주무른다.

조용히 뒤를 따르며 함께 걷던 도민들은 말없이 다가와 과일 컵을 건넨다.

한 남성은 SNS를 보고 찾아왔다면서 다리가 안 좋아 함께 걸을 수 없어 죄송하다며 시원하게 목이라도 축이라고 준비해온 차를 내밀었다.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56)와 누나 이아름씨(25),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52) 등 3인으로 구성된 세월호 가족 순례단은 지난 8일 남은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원고에서 출발해 팽목항을 향하고 있다.

이아름씨(고 이승현군의 누나)는 ‘누나의 순례 일기’라는 제목으로 SNS를 통해 길 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들의 발걸음을 격려하기 위해 지역 신부와 전북작가회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군산에서는 과일을 컵에 담아 준비하고 부안에서는 감자를 쪄서 지원, 전주에서는 약밥과 차 등을 준비했다.

오전에 30명 정도가 함께 걷기 시작해 오후에는 30여명이 추가로 합류해 아픔을 나눴다.

약 10여분 후 “출발 합시다”하는 말에 짧은 휴식을 뒤로하고 이들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다시 걷고 또 걸었다.

유모차를 밀며 함께 걷는 시민부터 신부님을 따라 온 20대 대학생들까지 그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어서 죄송하다며 이 길에 함께했다.

걷는 사람들은 흐르는 땀과 빗물이 눈에 들어가기도 해 연신 눈망울을 깜박이고 눈을 비빈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 사람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뒤를 따른다. 나도 함께 뒤를 따랐다.

걷는 도중 여성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실종자를 추가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는 일행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아무 말 없이 걷던 사람들 틈에서 조금씩 개인이 아닌 함께 걷는 ‘우리’로 받아들여져 이들과 잠시나마 한마음이 될 수 있었다.

함께 비를 맞고 흙탕물을 지나며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것 밖에 없지 않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싶어 인터넷을 보고 찾아온 강 호씨(43·군산 나운동)는 “항상 마음은 팽목항에 가있었지만 생업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다 우리 지역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은 아들과 함께 걸을 것”이라며 “늦둥이 아빠다 보니 늦둥이를 잃은 유가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 일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심정을 표했다.

전주교구 청소년교육부 박광익(23·전북대 정치외교학과 3년)씨는 “세월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오후 6시 50분께 김제의 한 마을입구에 멈춰선 순례단은 내일 이 자리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김학일씨(고 김웅기군 아버지)는 “오늘까지 270㎞정도 걸어와 많이 힘들지만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셔서 기운이 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갈길은 멀지만 팽목항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게 되면 아이들이 좋은 곳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이호진씨(고 이승현군 아버지)는 “우리가 이렇게 걸음으로 해서 잊혀가던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나 우리의 입장을 조금더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표했다.
박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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