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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에 스러지는 고단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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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에 스러지는 고단한 삶
  • 김병진 기자
  • 승인 2014.03.05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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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세모녀 뒤이어.. 도내서도 일가족 극단적 선택
 

“누군가가 재기 할 수 있는 희망만 전해 줬더라도…. 혹은 한부모 가정의 어려움을 사회가 조금만 덜어 줬더라도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4일 오후 익산시 동산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던 이모(35·여)씨와 아들(7), 딸(2)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씨는 두 아들, 딸을 부둥켜안고 있었다. 이들을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아들은 숨지고 A씨는 중태에 빠졌다. 딸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 안에서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남아 있었다. 또 거실 식탁에서 발견된 유서에선 ‘못 살겠다. 화장해 달라. 투자 실패로 인해 회복이 어려워 힘들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남편과 심한 불화 탓에 이혼소송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 어떤 사업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확인하긴 어렵다”며 “일단 A씨가 회복 불가능한 돈을 잃고, 남편과의 이혼을 겪으면서 자녀 양육에 따른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가족 동반 자살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8월에는 전주 한 아파트에서 우울증을 앓던 아내가 자녀 2명과 함께 동반 자살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2개월 전 남편 자살에 따른 우울증에 시달려온 엄마가 미리 준비한 독극물을 두 아들(9, 6)에게 마시게 한 후 자신도 음독한 것으로 추정했다. 2010년 8월에는 정읍에서 우울증을 앓은 30대 부부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딸(3)을 데리고 투신해 숨졌다.

이같은 비극적인 사건 뒤에는 가정불화나 생활고로 인한 우울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현준 전북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생명사랑팀장은 “가정을 책임지는 엄마들이 육아와 가사 스트레
스가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반면 남편 등 가족은 여성의 우울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본인 치료와 주변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민단체 등에선 극빈곤층 외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회 계층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이혼을 앞두고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이나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임시적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시급한 실정이다.

도내 기초생활수급 상담 지원기관인 평화주민사랑방 문태성 상담팀장은 “재기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긴급자금 지원이나,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상담 서비스가 제공됐다면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 일은 피했을 것이다”며 “주관부처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적인 관리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고 때문인 자살 기도는 계속될 것이다”고 대책마련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한편, 전북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등에 따르면 도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2010년 33.2명, 2011년 37.3명, 2012년 29.2명이다. 다만 2012년 광역·기초 정신건강증진센터 설치 등 다양한 자살예방 활동이 펼쳐지면서 자살률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전국 평균(28.1명, 2012년 기준)보다는 여전히 높다. 연도별 도내 전체 자살자는 2010년 594명, 2011년 676명, 2012년 538명으로 매년 500~600명에 달하고 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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