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4 10:22 (토)
“공부한 6년이 가장 행복한 추억”
상태바
“공부한 6년이 가장 행복한 추억”
  • 김병진
  • 승인 2014.02.05 2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생역경' 오점녀 할머니의 빛나는 고등학교 졸업장

“처음 학교에 들어설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괜히 다른 학생들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해서…. 하지만 바로 참 잘 왔다는 생각을 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5일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은 오점녀(82) 할머니는 손에 꼭 쥔 졸업장을 바라보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오 할머니는 이날 졸업한 79명 가운데 최고령 졸업생이다. 최연소 졸업생보다 52세나 많다.


황혼의 나이에 학업을 시작해 무려 60년이 훌쩍 지나서야 딴 졸업장이지만 이날 졸업식에서 할머니의 졸업장은 그 누구의 것보다 빛났다. 한평생 자녀 뒷바라지와 생계를 위해 식당일부터 아파트 계단청소, 직조공장 등 안 해본 일이 없고, 아들의 죽음과 시각장애인 딸, 남편의 이혼까지 결코 순탄치 않은 가정사를 딛고 손에 쥔 졸업장이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그가 중학교 입학을 마음먹게 된 건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열심히 공부해 졸업장을 따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면서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긴 이후 망설일 것도 없이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6년여의 시간은 그에서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오 할머니는 “중학교까지 지난 6년을 돌이켜보면 공부하는 게 제일 즐거웠다”며 아쉬움에 눈물을 훔쳤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선생님들에게 배우고 익히는 재미는 하면 할수록 커져갔다. 졸업생들 중 제일 나이가 많은 연장자였지만 오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학교까지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으로 학교에서 정평이 날 정도로 부지런했다.


오 할머니는 “알파벳만 알면 될 줄 알았던 영어가 제일 어렵긴 했지만 소풍, 체육대회, 바자회 등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재미 있었다”며 “지난해 허리수술 탓에 개근상을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쉽다”고 말했다.


오 할머니의 꿈은 대학교 졸업장을 따 심리상담가가 되는 것이다. 오 할머니는 “계속 공부하고 싶다. 올해 한일장신대 심리학과에 지원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편, 이날 열린 제14회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졸업식에는 중학교 과정 이수자 40명과 고등학교 39명 등 모두 79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김병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포럼 2024: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
  • 만원의 행복! 전북투어버스 타고 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