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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했던 도주..무기력했던 경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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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했던 도주..무기력했던 경찰수사
  • 김병진
  • 승인 2013.08.0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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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양어장에 시체유기, 옷 수거..경찰 눈피해 도보-자전거 등 이용

14년 베테랑 경찰관답게 살인 피의자 정 경사의 도주 전략은 치밀했다. 포위망을 뚫기 위해 자전거 또는 걸어서 각지를 돌아다녔지만, 경찰 수사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치밀한 도주=정 경사는 지난달 24일 오후 8시30분께 살인을 저지른 뒤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지웠다. 다음날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 받고 나온 뒤에는 곧바로 자신의 차량을 몰고 불안한 마음에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하지만 곧 생일(27일)인 딸아이가 생각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천과 대전, 전주를 거쳐 26일 오후 군산 대야에 도착했다.


군산 대야터미널에 내린 정 경사는 이 곳 부터 자신의 집까지 걸어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경찰들의 모습이 포착되자, 발걸음을 돌렸다. 정 경사는 본능적으로 시신을 유기한 장소로 향했다. 이곳에서 버려진 이씨의 옷을 수거해, 군산시 대야면 지경리의 한 콩밭에 이씨의 옷을 버렸다.


정 경사는 만경강 뚝길을 따라 익산 목천동을 거쳐 익산터미널까지 도보로 이동했고, 익산터미널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전주로 향했다. 전주에서 이틀가량 여인숙에 지냈던 정 경사는 자전거를 구입해 강경을 거쳐 논산으로 이동했다.


논산에 잠입한 정 경사는 며칠 동안 논산의 한 여인숙에서 지내다 사건발생 열흘째인 지난 2일 논산시 취암동의 한 PC방에서 붙잡혔다.


▲‘뒷북 수사’ 논란=군산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를 기해서 전북경찰청 차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이때는 이미 군산을 벗어나 익산, 전주로 도주한 후여서 ‘뒷북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시 경찰은 하루에 1300명, 탐지견 6마리, 심지어 헬기까지 투입해 군산시 대야면, 회현면 일대를 뒤졌지만 아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이씨의 시신이 확인된 곳은 집중 수색한 회현면 월연마을 앞 폐 양어장 건물들 사이였다. 마을주민은 “경찰 서넛이 와서 휙 둘러보고는 묻지도 않고 그냥 갔다”고 전했다.


이에 수사팀 관계자는 “시신유기 장소는 경찰 병력과 탐지견이 집중수사한 곳이 맞지만, 당시에는 특이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시신전문 탐지견이 아니었고, 평소에도 악취가 심하게 나는 곳이라 탐지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3일 군산 실종 여성이 살해된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다.

 

경찰청은 “이 사건이 비록 경찰관 개인의 도덕성 결여에서 비롯된 범행이지만 경찰관 신분으로 중대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그 책임을 물어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 했다”고 발표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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